안 도 현

들녘 끝으로 불빛들이

일렬횡대로 줄지어 서 있는 만경평야

이 세상 개울물을 잠방잠방 맨처음 건너는

아이들 같구나

너희도 저녁밥 먹으러 가느냐

날 추운데 쉬운 일이 아니다 결코

저 스스로 몸에다 불을 켠다는 것

그리하여 남에게 먼 불빛이 된다는 것은

나는 오늘 하루 밥값을 했는가

못했는가 생각할수록 어두워지는구나

만경 평야 저문 들녘을 건너 날아가는 새떼를 바라보며 ‘나는 오늘 하루 밥값은 했는가’ 라고 자문하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있다. 자기 몸에 불을 켜서 남에게 먼 불빛이 되는 새떼처럼, 안도현의 또 다른 시에 나오는 ‘연탄’처럼 세상에 조그마하나 보탬이라도 되는 이타적(利他的)인 삶을 옹호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