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br>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선생님, 학교 교육이 무엇입니까?”

지난주 토요일, 산자연중학교에서는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위한 학교 설명회가 있었다. 코로나19의 지역 집단 감염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설명회 개최 여부를 두고 여러 고민을 하였다. 그런데 그런 고민에 대한 답을 굳이 학교에서 찾을 필요가 없었다.

전국에서 걸려오는 입학 문의 전화가 설명회 개최를 재촉하였다.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 신청을 받은 결과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열기는 더 뜨거웠다. 학교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지만, 이 나라 교육 전체를 생각하면 결코 유쾌한 일만은 아니었다.

설명회 당일 학교 운동장을 가득 메운 차들을 보면서 코로나19의 두려움보다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이 더 큰 것이 이 나라 학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하였다. 7년째 학교 설명회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필자의 마음은 더 무겁기만 하다. 그 이유는 설명회에 참가한 학부모와 학생의 어둡고 심각한 표정 때문이다.

그들의 희망 없는 표정을 볼 때면 필자는 늘 죄인이 된다. 무엇이 저들의 표정을 저토록 슬프게 만들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교육이다. 병적인 자아도취에 빠진 정부와 교육부는 모든 교육이 잘 되고 있다고만 한다. 그리고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지키지도 못할 슬로건을 내걸고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입을 막고 있다. 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단 한 번만이라도 산자연중학교 학교 설명회에 와서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본다면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

설명회는 학교 설명회라고 하기보다는 학생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한 교육을 제공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교육 간담회에 가깝다. 설명회에는 흐름이 있다. 처음 분위기는 정말 살벌하다. 그러다가 학교 교육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는 일순간에 바뀐다. 그전까지 이야기만 듣던 학부모들은 성난 군중이 되어 저마다 분에 찬 한 마디씩을 던진다. 그 안에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비책이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모두 듣지 못함이 죄송할 따름이다.

설명회가 끝나고 어느 참석자가 조용히 찾아와 물었다. “선생님, 학교 교육이 무엇입니까?” 질문자는 학교라는 말에 강조점을 두었다. 필자는 바로 답을 할 수 없었다. 물론 필자가 정의하고 있는 내용도 있지만, 그렇다고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필자는 학교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죄송합니다. 선생님을 곤란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정말 궁금해서….”

필자는 설명회를 준비하면서 다음 같은 연수 주제를 산자연중학교 교사들에게 제시하였다.

“학생이 질문합니다. 왜 꼭 학교에서 선생님께 이 단원을 배워야 합니까? 과연 우리는 이 학생에게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요?”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 수업의 경계가 무너진 지금 대한민국 교사들은 위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해 과연 어떤 답을 할까! 설명회가 끝난 지금도 필자는 이 두 가지 화두를 안고 시름 중이다. 하지만 답을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