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 석

바다는 우리의 것들을 밖으로 쓸어낸다

우리 있는 곳을 밖이라 할 수 없어서

생각들이 더 더러워진다 끊임없이

되치운다

우리가 버린 것들을 바다 역시 싫다며 고스란히 꺼내놓는다

널브러진 생각들, 욕망의 추억들, 증오와 폭력들의 잔해가 바랜 채 하얗게 뒤집혀지거나

검은 모래 속에 빠진 채 엎어져 있다

나사가 빠지고 못도 빠져나가 헐겁지만

그것들은 우리 편도 아니다

더욱 제 몸들 부스러뜨릴 파도 덮치길 겁내며

몇 번이나 우리의 다리를 되걸어 넘어뜨린다

여름 홍수에 그런 것들 거세게 바다 파고들지만

바다는 이내 그 모든 것들을 제 바깥으로 쓸어 내놓는다

우리 있는 곳을 밖이라 할 수 없어서

우리 생각들이 더 더러워진다 끊임없이

되치워야 한다

인간의 욕망이 생산한 쓰레기들을 시인은 ‘것들’이라 칭하며 이러한 욕망의 찌꺼기들을 여름 홍수에 얹어 바다로 떠내려 보내는 인간들이 얼마나 이기적인지를 고발하고 있다. 욕망의 추억들, 널브러진 생각들, 증오와 폭력들의 잔해가 검은 모래 속에 묻어버리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오만함을 야유하고 비판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