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량 작년의 50% 이상 급증에
서·남해 어선들 동해 원정 진출
10배 길이 자망그물로 싹쓸이식
가뜩이나 자원고갈에 생계 위협
경북도 등 “근해 조업 금지 건의”

동해안이 조업 분쟁으로 시끄럽다. 어자원 고갈로 지역·업종간 황금어장을 차지하려는 눈치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최근에는 동해안 어민들의 주요 소득원인 오징어 조업을 놓고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6일 구룡포채낚기협회에 따르면 최근 강원도 주문진 앞바다를 중심으로 동해안 전역에 서·남해안 자망어선들이 대거 진출해 오징어 조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동해안에서 잡힌 오징어는 3천872t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천474t이 잡힌 것과 비교하면 56.5%(1천398t) 늘어난 수치다. 현재 동해안 6개 시·군에선 하루 평균 189척(연안자망 118척, 채낚기 42척, 정치망 29척)의 오징어잡이 배가 활동 중이다.

동해안 오징어 조업은 전통 어법인 채낚기어업과 대형 저인망어업 간 해묵은 조업분쟁이 상존해왔던 터라 갑자기 끼어든 서·남해안 자망어선에 대한 동해안 어민들의 반발이 거센 실정이다.

서·남해안 어선들이 어획한 오징어를 주로 위판하는 강원도 강릉과 주문진항을 비롯해 포항지역 채낚기어선 어민들은 ‘오징어 싹쓸이 일삼는 근해자망은 당장 물러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어선에 걸고 시위를 벌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구룡포자망어선 선주 박모(59)씨는 “가뜩이나 고수온 현상으로 명태와 꽁치 등의 한류성 어종이 소멸하거나 어획량이 크게 감소한 상태라서 동해안 어민들의 시름이 깊은데, 이제는 다른지역 어민들이 생계수단과 다름없는 오징어까지 뺏어가려고 한다”며 “중국어선들의 북한 수역조업과 부산 경남 대형트롤어선들의 마구잡이식 오징어 남획으로 자원이 부족한 상황인데, 서남해안 대형 자망어선까지 가세해 동해안 오징어잡이에 나서면 어떻게 하느냐”고 불평했다.

서·남해안 자망어선들은 오징어 금어기가 해제된 지난 6월 1일 이후 동해안 오징어 조업에 나서고 있다. 서·남해의 참조기 자망어선들이 참조기 금어기(4월 22일∼8월 10일)를 틈타 동해안의 오징어로 눈을 돌린 것. 정부가 자원보호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총허용어획량 규제에서 오징어는 △근해채낚기 △대형선망 △대형트롤 △동해구중형트롤 △쌍끌이대형저인망 등 5개 업종만 지정돼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동해안 어민들은 서남해안의 30~40t 규모의 대형 자망어선 30여척이 강원도 고성부터 동해안 일원을 오가며 오징어를 마구잡이로 잡고 있어 어자원 고갈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동해안 자망어선의 그물은 최대 길이가 1천600m에 불과한 반면, 서남해안 근해 자망어선의 그물은 무려 1만m가 넘어 싹쓸이식 조업이 가능하다는 것. 특히, 현재 동해안으로 회유하는 오징어가 치어에 가까운 어린 고기여서 자원보호를 위해서라도 마구잡이식 조업이 근절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수협 관계자는 “다른 지역 근해자망배가 몰려와 강원 앞바다 수역에서 오징어를 싹쓸이하게 되면 경북 동해안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어자원 고갈도 우려된다”며 “근해어업의 조업구역과 허가정수를 조정해 다른 지역 근해자망어선의 오징어 포획을 금지하는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북도와 강원도는 해양수산부에 근해자망어선의 오징어 포획을 전면 금지하는 등의 대책을 건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 김성학 해양수산국장은 “관련 문제가 불거진 후 해양수산부에 몇 차례 대책을 건의했다. 지역 어민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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