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희 림

미군기지가 있으려고

그 근처의 숲은

계속 사람의 동네에까지 울창하다

지금 나는 이 창 안에서

저 밖을 이렇듯 살피고 있다

오래된 홀트아동복지 건물 쪽으로

언젠가 지나갔을 때가 생각난다

저 안에서 이루어지는 흐름은

저 안에서 안으로 흘러가고…

나는 내 얼굴에 침을 뱉는 것 같았는데

바로 오늘의 눈과 손가락이

저 밖의 점점 이해할 수 없는 쪽으로 따라가다가

결국 만들어내는 고향의 초라한 모습

어릴 적 떠나올 때에 비해

또한 크게 다르지 않는 고향의 일

….

오래전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난 시인 고희림은 현실 문제를 치열한 대결의지로 현실 참여 시를 써온 시인이다. 고향 마을에 미군 기지가 생기면서 고향에서 쫒겨났던 시인은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땐 기지가 들어서서 고향을 더 크게 만들어준다고 들었는데 이제 나이 들어 돌아와 보니 미군들의 클럽들이나 기지촌 주변에 들어찬 술집이 즐비한 풍경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많은 여성이 성 매매춘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치욕적이고 가슴 아픈 현실을 허탈한 심정으로 그려낸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