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고비는 지독한 구두쇠나 인색한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이다. 그 어원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 하나만 소개하면 이렇다.

부모 제사에 사용하는 지방을 한번 쓰고 태워버리는 것이 아까워 고비라고 적은 지방을 기름에 절여 해마다 썼다고 하여 절인 고비로 불렀다가 이것이 변하여 자린고비가 됐다는 설이다.

자린고비와 관련하여 전승되는 이야기도 지방에 따라 많이 있다. 대개 생선, 간장, 된장 등 사소한 물건을 아껴 쓰는 것을 주제로 하고 부부나 부자간, 시아버지와 며느리 간에 아껴쓰는 방법을 두고 서로 경쟁을 벌이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예컨대 부채를 아끼는 방법으로 부채살을 하나씩 펼쳐 사용한다거나 부채가 아니라 고개를 흔들어 부친다는 이야기 등이 그런 것이다. 근검절약한다는 것은 구두쇠와 같은 맹목적인 인색함과는 다르다. 물건을 사용하되 법식에 맞춰 낭비나 방종에 따른 소비를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절약은 저축이란 결과로 나타난다. 오늘날 이런 저축은 노후생활이나 주택마련과 같은 미래에 대응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선비들에게 내려온 청빈사상도 이런 근검절약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우리의 조상은 밥 한톨도 아껴 먹어야하며 물건을 아껴 쓰지 않으면 하늘에서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경제 부흥기였던 1960대 우리사회는 근검절약만이 부를 일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국민 모두가 내핍을 생활화 했다. 신발이 헤지면 꿰매신고 형에게 옷이며 교과서며 대물림을 받았다. 새 옷, 새 신 한 켤레가 사무치게 그립던 시절이 우리에게 었었다.

코로나 사태가 장가화되자 정부가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범국민적 소비촉진 운동에 나서고 있다. 바야흐로 소비가 칭찬받는 시절이 됐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