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21대 국회 출발부터 거대여당 더불어민주당의 힘자랑에 밀려 맥을 못추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176석의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원구성을 강행하고, 민주당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의 비호 아래 여당의 폭거에 반발하는 제1야당 미래통합당 의원들을 상임위에 강제배정하고, 의사일정도 단독 운영에 나선 마당이다. 급기야 38조원 규모의 3차 추경 예산도 통합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을 기화로 민주당이 3일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이쯤되면 미래통합당이 야당의원으로서 뭘 할 수 있을 지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더 큰 문제는 거대여당에 맞서서 싸워야 할 미래통합당에게 돌파구란 게 별로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미래통합당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의원직 총사퇴’를 비롯한 초강경 대응과 국회내에서 실리를 챙기며 정책투쟁을 펼치는 실리론 두 갈래 길밖에 없어 보인다.

초강경 대응론은 어차피 국회 내에서의 투쟁은 안 되는 상황이니 일단 의원직 총사퇴를 하고 일당독재의 부당함을 국민들에게 호소해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가져오자는 주장이다. 야당으로서의 독기나 결기를 여당에게 확실히 보여줘 판을 새로 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국민들의 호응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퇴로전략을 찾기 힘들고, 정국을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 책임을 덮어쓸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또 하나는 여당의 횡포에 직접적으로 맞서지 말고 실리를 챙겨서 정책어젠다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자는 실리론이다.

미래통합당은 일단 실리론에 힘을 실었다. 무작정 여당의 정책에 대해 반대와 비판만 한다고 해서 국민의 관심을 끌어올 수 없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은 듯 보인다. 그래서 이번 여당의 일방적인 국회 원구성 사태국면에서도 강경대응으로 판을 깨기 보다 3차 추경을 여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이후 국회안에서 추경예산의 불합리성이나, 공수처 출범에 대한 비판 등 명분있는 목소리와 주장으로 국민의 관심을 끌어들일 모양이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일 페이스북에서 ‘폭주 기관차의 개문 발차, 세월호가 생각난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여당의 일방적인 원구성과 38조원에 이르는 추경예산안 부실심의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 역시 역시 실리론에 맞물린 여론전의 일환으로 읽힌다.

다만 미래통합당이 실리론을 선택했다 해도 야당으로서의 결기가 아쉽다는 보수층의 평가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에 나서기 전‘필사즉생(必死卽生), 필생즉사(必生卽死)’라고 한 말처럼 강렬한 대여투쟁을 바라는 민심을 느껴야한다. 이는 통합당이 야당이면서도 야당답지않게 느슨한 대응을 해왔다는 질타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사실 여당이 야당을 배제하고 일당독재의 길로 달려간다면 제1야당 국회의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야당의원이라면 극약처방인‘의원직 총사퇴’카드라도 언제든지 던질 수 있는 결기가 필요하다. 국민들은 통합당에 대해 야당다운 결기를 아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