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절기는 하지(夏至)를 지나 소서(小暑)로 향하고 있다. 소서를 글자대로 풀이하면 작은 더위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의 규칙대로 움직일 때의 일이다. 철을 잊은 인간 사회에는 더 이상 절기의 의미가 없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뉴스가 있다. 제목은 “겨울왕국 시베리아, 이상 고온으로 38도 폭염”이다. 제목만 보면 뉴스 제목이 아니라 환경 재앙 영화 제목 같다.

“북극권에 속해 세계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꼽히는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40도에 육박하는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겨울철 기온이 영하 50도 밑으로 떨어지는 (….)”

영하 50도에서 영상 38도의 온도 차를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산술적으로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온도 차에 시베리아 지역의 생명체들은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철 잃은 사회가 다시 절기에 맞춰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소서에 대해 좀 더 알아본다.

소서에 하는 대표적인 농사일은 논매기이다. 이때를 놓치면 논은 잡초로 뒤덮인다. 그러면 한 해 농사는 망치고 만다. 그래서 나온 속담이 “소서 때는 새 각시도 모심는다.”이다. 속담의 의미처럼 예전 소서 때에는 갓 시집온 새색시조차도 일을 거들만큼 바빴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논매기라는 말이 참 낯설다.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지역에서조차 보기 힘든 광경이 논매기이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변화라고는 하지만, 이것만 보더라도 우리가 자연의 순리대로 살던 그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음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무 조건적인 거부는 있을 수 없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명 변화도 필요하다. 변화에도 규칙과 조화와 양심이 있어야 한다. 이런 자연스러운 변화 만이 모두에게 행복을 준다. 하지만 지금의 변화는 기형적이다. 그 기형에 지구와 인간이 불 파고 있다.

최근 필자는 기형적인 뉴스를 보았다. 제목은 “교사들 아프면 쉬어라, 교육부, 학교에 지침 재강조”이다. 속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교육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낼 수도 있다. 필자는 교육부에 묻고 싶다. 대안학교 교사도 아프면 쉬어도 되는지! 교육부의 답을 알기에 굳이 답을 들을 필요가 없다. 교육부 답은 “대안학교는 스스로 알아서 하세요!”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교육부의 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행정 명령을 어겼다고 엄포를 놓는 곳이 이 나라 교육부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 비전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다. 이 말을 볼 때마다 “정의”의 뜻에 대해 생각한다. 정의(定義)! 과연 이 나라와 교육부에 정의가 있을까?

벌써 7월이다. 다들 최선을 다해 살았다. 그 덕분에 우리 사회가 그나마 지금처럼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감을 못 잡는 곳이 있다. 교육계이다. 무늬는 수업이지 실상은 학생들을 학교 대신 학원으로 내모는 괴이한 수업이 바로 온라인 수업이다. 가르침은 없고 과제만 있는 과제 수행 중심 온라인 수업은 수업이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도 교육부는 들을 생각이 없다. 소통은 없고 아집만 있는 교육부 시계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무색하게 만들며 오늘도 속절없이 잘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