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35년 만에 1당 독주체제를 갖췄다. 18개(미정 정보위원장 포함)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독차지했다. 민주당은 단독국회를 열어 남은 11개 상임위원장 모두를 자당 의원으로 뽑았다. 민주당이 처음 그런 상식 밖의 주장을 할 때 진담(眞談)으로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끝내 정말로 그렇게 하고 말았다. 넘치는 힘으로 의회 독재를 실현해가는 민주당은 도대체 뭘 어쩌려고 이러는지 도통 모를 일이다.

민주당은 통합당과의 최종 합의에 실패한 뒤 곧바로 여당 의원만으로 미선출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선출하는 절차를 밟았다. 국회부의장 합의가 필요한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17개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하며 원 구성을 마무리했다. 협상 결렬 직후 통합당은 자당 몫인 7개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했고, 야당 몫 국회부의장에 내정됐던 정진석 의원도 포기했다. 21대 국회가 이처럼 시작부터 파국으로 흘러가는 것은 양보의 미덕을 보여주지 못하고 독주를 거듭한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원래 타협이란 힘이 강한 쪽에서 양보의 아량으로 매듭을 풀어줄 때 가능한 법인데, 민주당은 시종일관 고압적이었다. 군사 작전하듯이 단독국회를 열어 오랜 관행이었던 야당 몫의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선점해놓고 따라오려면 오고 아니면 말라는 식의 오만한 자세를 견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타깝게도 이 나라 민주주의 시계가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는 느낌이다. 민주화를 부르짖던 민주당이 이렇게 승자독식의 횡포를 부리는 건 참으로 소화하기 버겁다. 민주당은 국회를 ‘통법부’로 추락시킬 개연성이 높아졌다. 마음대로 하려다가 법에 막히면 법 자체를 바꾸는 편법적 방식으로라도 밀고 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그게 독재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정치력은 시작부터 바닥을 보였다. 어쩌면 21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로 이끌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스친다. 민주당은 입만 열면 ‘일하는 국회’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온 국민이 겪고 있는 겹고통을 생각하면 그 말 백번 맞다. 그러나 국민은 결코 ‘여당 혼자 일하는 국회’를 원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