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오대십국 시대에 풍도라는 정치가가 있었다. 그는 무려 다섯 왕조에 여덟 성씨, 열한명의 천자를 섬기면서 도탄에 빠진 백성을 건진 이름난 재상이다. 그러나 후대에 와서는 그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오로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주인을 수없이 갈아 치운 간신배라는 것과 처세의 달인이자 임금보다 나라와 백성을 먼저 생각한 뛰어난 재상이라는 두가지 평가였다.

그가 재상으로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함부로 적을 만들지 않는 그의 처세술에 있었다고 한다. 그가 사람의 혀를 가지고 지은 시(詩)가 하나 있어 소개한다. “입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다. 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어 두면 가는 곳마다 마음이 편안하다.”

혀를 뜻하는 한자의 설(舌)은 입(口)에서 혀가 튀어나온 모양의 글자다. 구설수(口舌數)라는 말은 말을 잘못하여 어려운 일을 겪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수는 운수를 의미한다.

말을 잘못해 힘들게 쌓아 올린 공든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래서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동서양의 격언은 수도 없이 많다. 글은 잘못 쓰면 고치면 되지만 말은 한번 뱉고 나면 다시 주워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뿐 아니라 인격을 대변하기도 한다. 품위 있는 표현과 논리정연한 말은 말하는 사람의 지적 수준과 품격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한 나라의 장관이라면 그 말에 권위와 품격이 묻어 나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거친 말이 정치권에서 거듭 논란이다. 추 장관의 주장이 맞는지 여부를 떠나 그의 거친 말만으로 그의 주장은 이미 상당한 설득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