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장 피해가 컸던 업종의 하나인 지역 관광업의 거점인 호텔숙박업계가 앞으로 브이자(V자) 회복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최근 글로벌 호텔들이 적극적으로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대비한 호텔설계, 구조, 부속 식당 등 모든 분야에서 비접촉, 비대면에 걸맞는 서비스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함께 호응해야만 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한 호텔의 뷔페식당. /경북매일 DB

코로나19 사태가 아직은 종식되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외로부터의 입국자로 인한 확진자를 제외한다면 조금씩 진정되고 있는 모습이다. 단지 록다운 상태에서 기업 간 거래를 포함한 실물 수요가 제약되었던 분야라면 이후 완전한 브이(V)자 회복까지는 장담하기 힘들겠지만 엘(L)자 회복과 같이 수요 자체가 낮아진 상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당연히 업태나 업종에 따라 회복되는 모습은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지만 그중에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분야도 분명히 있다. 그동안 교류하고 있던 다양한 모임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즐거움을 누리던 사람일수록 지금과 같이 속칭 혼밥, 혼술을 하며 홀로 지내야 했던 고통은 컸을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그동안 자유롭게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관광이나 여행이 취미였던 사람들이라면 작용과 반작용처럼 아주 빠른 속도로 브이자 회복의 형태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여행객과 관광객이 증가함에 따라 여행사, 호텔, 숙박업소 등의 업황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다.

이미 지난 5월 중국에서는 노동절의 5일 연휴를 맞이하여 국내 여행 건수가 1억1천500만 건으로 올라갔다. 우리나라 주요 항공사의 국내편 운항도 거의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베트남과 태국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단계별로 완화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에 이르러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태국, 홍콩 등과 같이 비교적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기 시작한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호텔업계에서는 이에 대비하기 위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스탠더드로 여기고 있던 것들을 전면 재검토하여 본격적인 코로나19 이후에 다가올 뉴노멀 시대에 적합한 호텔 서비스로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시카고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80개국에 영업망을 두고 있는 세계적인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업체인 미국의 존스랭라살(JLL·Jones Lang LaSalle)은 최근 서비스 분야의 최전선에 있는 호텔업계가 판데믹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발 빠른 진화를 시작했다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갑갑증을 겪던 여행자, 관광객들이 조금씩 몸을 들썩이기 시작한 시점에 맞추어 아시아지역 호텔업계들도 발 빠르게 서비스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고, 뉴노멀 시대에 어울리는 호텔로 진화하기 위해 호텔설계까지도 바꾸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존스랭라살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글로벌 호텔들의 공통적인 변화 사례로는 무엇보다도 철저한 안전조치를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 프런트와 뷔페 등과 같이 여러 숙박객이 밀집되기 쉬운 서비스 분야에는 투명한 아크릴수지를 이용한 칸막이를 설치하는 한편 호텔 바에서의 좌석 거리를 1미터 이상 간격을 두도록 조정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뷔페식당에서는 손님들의 이동 경로 등과 연관되는 메뉴의 재배치, 비접촉을 보장하는 메뉴의 구성, 식당 테이블 등의 배치 조정 등 최대한 숙박객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특히 존스랭라살은 앞으로 호텔업계에서는 손님들 간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혼잡한 시간대에는 화물용 승강기를 손님용 승강기로 증편시킨다거나 클럽 라운지 면적의 확장, 그리고 주요 행사용 공간은 대형보다는 소규모 단체용으로 조정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아예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가구, 표면 소재 등도 청소나 소독이 손쉬운 코르크 등과 같은 항균성 소재를 선호하게 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게다가 일일이 호텔 직원들과 대화가 필요했던 서비스부문에는 키오스크와 같이 셀프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바뀔 것으로 보았다. 실제 코로나19 경증환자가 투숙하였던 일본 도쿄의 호텔에서는 객실에 격리된 환자에 대한 룸서비스 제공 등에는 인형 로봇, 사람의 출입이 제한되는 구역에서는 청소 로봇 등을 도입하였다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앞으로는 로봇은 물론 스마트소독 화장실, 객실 소독용 세균 감지 자외선 스캔 등 다양한 첨단기술의 도입도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경북 지역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급호텔이 밀집된 경주 보문단지, 여름철이면 성수기를 맞이하는 울릉도는 물론이고 해수욕장과 연동되는 울진에서 영덕, 포항, 경주로 이어지는 경북 동해안 바닷가의 해수욕장과 연동성이 높은 상인들도 최대한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그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호텔업계는 가장 간절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던 지난 1월 중순 이후부터 최근까지 지역의 모든 업종에서 피해가 발생하였다. 그중에서도 호텔업계는 그야말로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실제 경북 동해안 지역 특급호텔의 지난 3월 신용카드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98.4%, 기타 호텔은 마이너스 77.6%, 일반숙박업소는 마이너스 49.5%, 콘도도 마이너스 48.6%를 기록하며 거의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뿐 아니라 호텔의 숙박객이 줄어들면서 호텔 로비를 비롯한 호텔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뷔페, 레스토랑, 명품취급점 등 대표적인 입주업체들도 비슷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지금 지역의 호텔 숙박업계는 앞으로 관광객이 늘어나게 되면 저절로 당연히 브이자 회복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정답은 누구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조기에 움직이기 시작한 관광객들이 글로벌 호텔업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변화를 시도한 새로운 서비스와 비교하기 시작한다면 지역 업체들이 기대하고 있는 만큼의 회복속도는 의외로 보이지 못할 우려도 있다. 회복속도는 그동안 거의 괴멸적인 타격을 입고 있던 지역 호텔, 숙박, 관광 관련 업소들이 과연 얼마나 적극적으로 다른 호텔업계의 변화를 위한 움직임에 호응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어쩌면 기존의 경영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호텔 입구에서는 온도측정기를 설치하고, 호텔 객실에는 소독제나 일회용 마스크 정도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만족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하였던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가진 여행객, 관광객들이 적어도 과거와 같이 코로나19 이전의 행동 양식과 생각으로 지역의 호텔, 숙박, 음식점 등을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경북 지역 관광산업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지역에 방문객이 많이 찾아주기를 바라면서 홍보에 열을 올리기에 앞서 선행해야 할 과제를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이후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지역 호텔에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철저한 방역과 검역체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염두에 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 다른 지역 호텔만큼의 새로운 포스트 코로나형 호텔 서비스가 있는지 등이 재방문율을 높이는 결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 호텔 객실이 들어차기만을 기다리기 전에 최근 특급호텔들의 진화에 주목하여 최대한 안전조치와 선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서비스에 대해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그런 준비가 끝난 이후에야 비로소 브이자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