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락 전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20여일 숙고 끝에 권영진 대구시장이 제의한 경제부시장직을 수락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다른 당 인사를 주요 보직에 임명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홍 전 의원의 수락 여부는 처음부터 언론의 큰 관심사였다.

2014년 남경필 경기지사가 이기우 전 민주당 의원을 사회통합부지사로 발탁, 연정을 시도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신선한 시도였다는 긍정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에서의 여야 협치 시작이 과연 성공할까라는 의문은 여전히 꼬리를 물었다.

“정파를 초월한 협치가 필요하다”는 권 시장의 생각이 출발점이 됐고, 이를 고민 끝에 수락한 홍 전 의원의 결심으로 대구형 협치 정치가 바야흐로 이제 시작된 셈이다.

마침 국회 상황이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 대구에서의 정치적 협치가 더 돋보이는 모양새가 됐다. 대체적으로 대구에서의 이번 협치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로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와 용기 있는 시도와 결정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가 많이 나온다.

문제는 대구형 협치가 얼마만큼 성과를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홍 전 의원은 부시장직을 수락하면서 “머리가 쪼개 질만큼 아팠으나 대구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는 지금 새로운 접근, 담대한 도전의 시간이다. 혼심의 힘을 다 하겠다”고도 했다.

협치를 제안한 권 시장이나 이를 수락한 홍 전 의원 모두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잘되지 않는다면 누구든 원망의 덤터기를 써야 할 판이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쓰던 지금 대구가 처한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선 위험부담은 있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홍 전 의원의 요구를 여당 내에서 제대로 수용할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협치가 절실한 우리의 정치구도 속에서 지방자치단체라도 협치를 시도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정파를 떠나 협치를 바탕으로 오로지 대구의 발전과 현안을 풀어간다면 성과 여부를 떠나 대구시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으리라 본다.

홍 전 의원은 수락까지 고민했던 초심을 잊지 말고 협치의 정신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지금 대구는 통합신공항 등 수많은 난제들이 즐비하다. 오로지 협치 정신으로 난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구의 미래도 희망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