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 국뽕 하기에 무슨 말인가 했다. 신조어 같은데, 뭘까? ‘나라 국(國)’ 자에 ‘뽕’은 필로폰의 일본식 발음 ‘히로뽕’의 ‘뽕’이라고 해석된다. 그러니까 나라 사랑이 지나쳐 ‘뽕’을 맞은 것 같은 상태에 다다른 것을 가리켜 ‘국뽕’이라 하는가 보다.

요즘 유튜브에 이른바 ‘국뽕’ 방송들이 넘쳐나는 추세다. 일본에 ‘혐한’이라 해서 ‘국뽕’의 왜곡된 형태가 판을 치고 있는데, 한국에도 반일, 염일 감정에 호소하는 방송이 한둘 아니다. 코로나19 유행에 ‘K방역’으로 성공을 거두다 보니 웬만한 선진국도 ‘우리’만 못하다는 인식도 확산되는 추세다.

과연 나라나 민족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하면 그 존재 가치를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나라와 민족이라는 ‘대집합’ 공동체의 ‘타자’로 대상화되는 사람들은 언제나 불편과 고통을 느끼지만 그래도 이 ‘집합’의 논리는 강하고 커서 함부로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제 강점기 대일협력을 변호하고 일본에 의한 강점을 근대화의 필요악이었다 강변하는 ‘태극기 부대’도 시발점은 나라사랑, 민족 사랑에 있고, 여기에 6·25 전쟁을 일으킨 북한 정권의 민족 파괴에 대한 ‘적대감’이 바탕이 되어 있다.

심지어는 1980년대의 이른바 진보 학생 운동도 ‘애국’을 내세워 ‘매국’ 세력을 타매하는 애국주의를 내세웠고, 지금도 이런 경향은 여전하다고도 할 수 있다. 진보와 민족 또는 국가라는 집합적 논리를 결합시킨 이 한국적 사상은 현실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을 형성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한국을 둘러싼 모든 나라들이 지금 ‘국뽕’ 몸살을 앓는 중이다. 일본은 아베의 극우민족주의, 중국은 시진핑의 중국 ‘대민족’주의, 미국은 트럼프의 배타적 미국 제일주의, 러시아는 푸틴 식 제왕주의 등등, 그리고 북한 역시 수령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조국을 옹위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국뽕’ 대세 속에는 불가피하게 사회 현실에 대한 허위적 해석과 은폐 같은 것들이 섞여 들게 마련이고, 특히 다른 나라와 민족에 대한 혐오, 질시, 비하 같은 온갖 부정적 감정들이 혼재되게 마련이다.

한국은 어떠냐 하면 우리 역시 ‘국뽕’ 체질을 남들 못지 않게 내장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바야흐로 이 ‘국뽕’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감에 따라 ‘급고조’ 중이다. 돌아보면 숱한 문제들을 안고 있는 우리들이다.

나라사랑은 좋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그리고 소수자들, 하위 계층 사람들은 더 많은 배려를 받아야 한다. 그들 없는 국가는 허위의 이념일 뿐이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