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무척 재미있는 영화 제목이었다.

과거에는 사랑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랑한다, 정도의 연애감정 아닐까 추측해 보지만 거꾸로 과거엔 아니었지만 지금은 맞다라는 여러 가지 형태의 사고가 판을 치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정치적 사회적 관점이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필자는 1965년 그 유명한 ‘무즙파동’중학입시의 피해자 중에 하나이다. 그 파동은 결국 중학교 입시 폐지에 이어 고교입시 폐지까지 이어졌다. 그때는 과도한 초등학생, 중학생들의 입시준비가 건강과 창의력을 해친다는 이유가 중교 입시페지 및 평준화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와 각종 특목고, 과학고, 자율고 설치 등은 차별화된 교육이 엘리트를 길러내고 노벨상 같은 특출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되었다. 평준화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특목고, 자율고 등의 특성화 고교 폐지에 앞장서고 있다. 특성화 고교가 평등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인데 수험생들 입장에서 보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의 전형이다. 언제는 엘리트를 기르는 차별화된 교육은 이렇게 여러 번의 부침을 거듭하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를 반복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의 발언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은 살아 있는 정권의 비리도 과감히 파헤칠 멋지고 강직한 검사라는 주장과 검찰개혁에 방해가 되는 검사라는 주장이 맞선다.

검사 윤석열은 2013년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당시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어 지금 여권인 당시 야권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다. 그래서 대구 고검으로 좌천되기도 하였다. 당시 국정 감사 증인으로 나와서 윤석열은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당시 야권 즉 지금의 여권 인사들에게 “멋쟁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윤석열 검사는 검찰총장으로 임명되었다. 국정원 수사와 국정농단 특검 활약으로 보수진영에 깊은 아픔을 주어 진보진영의 찬사를 받던 인물이었기에 검찰총장 임명 당시 여권과 진보진영에서는 “정의로운 검찰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는 격한 찬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지금 여당에서는 그토록 그들이 칭찬하던 윤 총장에 대한 교체 압박을 하고 있다.

윤 총장을 향해 쏟아지던 여권의 찬사는 ‘검찰개혁 방해 정치검사’라는 비난으로 바뀌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검사 윤석열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그때도 권력에 굴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여권 정치인들에게는 윤석열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는’것이다. “내 입맛에 맞으면 맞고 아니면 틀린다”이다. 이런 정치적 풍토에서는 법조계를 떠나고 싶다고 변호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낙향한 변호사 친구가 갑자기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