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갱이에 맹독성 ‘리신’ 함유
반려견들 섭취, 폐사 잇따라
“공원·아파트 등 사용 자제를”

공원과 아파트 화단 등에 뿌려진 유박비료를 먹은 개와 고양이들이 잇따라 생명을 잃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상당수 경북 지자체와 아파트관리소는 공원 산책로와 잔디밭, 아파트단지 화단 등에 어린이 손톱만한 작은 알갱이의 유박비료를 살포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와 관리소가 유박비료를 선택한 것은 다른 비료에 비해 악취가 덜하고 바람에 쉽게 날리지 않고 땅에 스며드는 기간도 비교적 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비료에는 맹독성 물질 ‘리신(Ricin)’이 들어 있다. 유박비료는 통상 ‘피마자’라고도 불리는 아주까리 씨앗의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로 만들어진다. 리신은 청산가리보다 6천배나 더 강한 독성물질을 가지고 있다. 체중 60kg 기준 성인의 치사량이 18mg에 불과할 정도로 위험하다. 사람보다 몸이 작은 반려동물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리신을 생물학 테러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리신에 대한 해독제는 아직 없다.

포항에 사는 A씨는 산책 나갔다가 소중한 반려견을 잃었다. 반려견이 아파트 화단에 떨어진 작은 알갱이를 먹은 뒤 피를 토하고 죽었다고 한다.

A씨는 “반려견이 유박비료를 먹고 죽은 줄은 몰랐다”며 “동물병원에 가서야 원인이 유박비료임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안동의 주부 B씨는 “산책을 다녀온 뒤부터 반려견에게 식욕부진과 구토 설사 증상이 나타나 동물병원을 찾았다”며 “다행히 반려견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유박비료를 먹은 지 모르고 죽은 반려견과 유기견, 조류들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항동물병원 이지우 원장은 “유박비료를 먹은 반려견이 가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반려동물은 혈토와 혈변을 보이고, 구토, 발작, 복통, 혼수상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이 원장은 “독극물의 경우 빠른 응급처지로 독성 물질이 혈액에 흡수되는 양을 최대한 줄여야 생존율이 높다”며 “반려견이 유박 비료를 섭취했을 경우 바로 병원으로 와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 애호가들은 “큰 개라도 유박비료 한두 알만 먹으면 쉽게 생명을 잃는다”며 “현재 유박비료 사용을 제재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보호자들이 아파트 화단이나 꽃이 있는 곳을 지날 때 세심한 주위를 기울이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했다.

한편, 안동시, 영천시, 울진군, 의성군 등 도내 상당수 지자체들이 유박비료를 농가에 공급하고 있으며,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공원 등에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유박비료를 뿌리고 있다. 유박비료는 대부분 과수와 논·밭작물에 사용되고 있다.

시·군 관계자는 “유박비료에 독성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높은지 몰랐다”며 “유박비료 사용자들에게 독성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겠다”고 했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