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입항 러 선박 승선 16명
코로나 집단감염 발생 ‘충격적’
포항항 등 도내 해외유입 ‘비상’
외국선박 수동적 신고 의존 등
검역수준 강화 대책 마련 고심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포항항을 비롯한 국제 상업항이 새로운 코로나 집단 감염 위험지역으로 떠올랐다.

특히 경북 동해안 항만물류의 관문인 포항항의 코로나 감염병 차단에 비상이 걸렸다. 4개월여째 외국인 유입 사례를 제외하고 코로나 확진자 발생하지 않았던 포항시는 코로나19 유입 우려로 바짝 긴장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립부산검역소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 A호(3천933t) 승선원 10여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23일 기준 총 16명이 양성으로 나타났으며, 검역소는 이들을 제외하고 음성 판정을 받은 5명에 대해 추가적인 검사도 검토하고 있다. 해당 화물선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출항해 지난 19일 부산항에 입항했고 이어 21일 감천항에 정박했다. 검역소 측은 발열 증세로 앞서 하선한 A호의 전 선장이 러시아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신고를 토대로 선원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해 확진자를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양성 판정으로 부산항운노조원을 비롯해 160여명이 격리되기도 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확진자 발생이 주춤하며 조금은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었던 경북은 부산발 확진자 발생 소식에 비상이 걸렸다. 이는 경북이 가장 우려하고 있었던 ‘외국 유입 감염 사례’이기 때문인데, 실제로 경북에서는 이달 20일까지 2주라는 최장 기간 동안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으며 안정세를 보였지만 이를 깬 신규 확진자는 다름아닌 외국에서 유입된 것이었다.

외국 유입 감염을 걱정하는 것은 비단 경북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따져 보더라도 외국 유입 감염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발 확진자는 이달 들어서만 두 차례나 30명대를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코로나19 2차 유행이 외국 유입에 의한 지역 감염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항만과 공항 등지에서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인원에 대한 방역 강화를 위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산항 확진자 발생으로 주목을 받게 된 항만 쪽에서는 기존의 검역 체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북 동해안의 관문인 포항항 역시 지난 4월 한 달 외항선이 249척에 이르는 등 활발하게 물류와 인원이 오가는 곳이다. 코로나19로 주춤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4월 255척과 비교해서도 그리 많은 감소를 아직은 보이고 있지 않다. 포항항의 코로나19 관련 대책은 국립포항검역소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포항검역소 측은 이번 부산발 확진자를 계기로 추이를 지켜보며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포항항은 전국 대부분의 항만에서 시행하는 것처럼 중국에서 들어오는 배는 검역원이 모두 승선해서 발열체크 등의 검역을 진행하고 있지만, 러시아 선박의 경우 비오염 지역이라 전자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전산으로 각종 서류 등을 검토하고 이상이 발생할 경우 검역을 진행하는 형식인데, 승선 방역보다는 자체적인 신고에 의존하는 등 수동적인 측면이 많아 허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번 부산발 감염 역시 이러한 부분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외항선에 대해서는 모두 차별을 두지 말고 검역관이 직접 승선해 코로나19를 체크하는 승선 방역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립포항검역소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왔더라도 중국 등을 거치면 따로 승선해서 검역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재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고 아직 특별한 것은 없지만 조만간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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