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이재현
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이 맛은 왼손으로 비비지 말고 오른손으로 돌려 먹어라.”

젊은이들에게는 꽤 알려진 남성 가수 그룹 ‘노라조’의 노래 ‘카레’의 가사이다. 인도 전통 음식인 카레는 오른손으로 조물조물 다져서 먹는다. 인도에서는 식사 때 불결하고 부정한 손으로 여겨지는 왼손을 사용하면 안 된다. 어디 인도뿐이랴. 우리 형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린 시절 내 수저는 늘 왼손에 들려 있었다. 부모님은 왼손에 가 있는 수저를 오른손에 무던히도 옮겨 주시다가 결국은 포기하셨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사달이 났다. 왼손에 연필을 쥐고 있는 나를 보신 담임 선생님은 내 자리로 오셔서 오른손에 연필을 쥐여 주셨다. 그러나 선생님의 뒤돌아섬과 동시에 연필은 다시 왼손에 가 있었다. 교육자적 사명감에 투철하셨던 선생님은 며칠을 교탁과 내 자리를 오가시다가 급기야 내 왼손을 당신의 향기로운 손수건으로 묶어버리시고야 말았다. 그래서인가, 50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선생님의 성함과 얼굴, 그 향기는 존경스러운 마음과 함께 내 가슴에 생생하게 간직되어 있다. 아무튼 오롯한 왼손잡이인 나는 글씨만은 오른손으로 쓰게 되었고, 졸필의 탓을 여기에 돌리고 있다.

오른쪽의 ‘오른’은 ‘옳다’에서 왔고, 왼쪽의 ‘왼’은 ‘외다’ 곧 ‘그르다’의 관형형에서 비롯됐다. 우리말을 풀어보니 왼쪽이 문제가 많아 보인다. 그르고 잘못 됐으니 왼쪽이 부정적일 수밖에.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좌우의 개념이 한 쪽이 긍정적이고 다른 한 쪽이 부정적인 것은 원래 아니었다. 조선시대 의정부 세 정승 중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서열이 높았다. 우리말로는 ‘오른쪽 왼쪽’이지만 한자로는 ‘좌우’로 왼쪽이 우선한다.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왕정이 폐지되고 공화제가 들어서면서 우리의 국회격인 국민공회가 만들어졌다. 의장석에서 볼 때 보수적이고 혁명에 소극적이며 자본가 계층을 대변하는 온건파인 지롱드 파가 오른쪽에, 급진적이고 과격한 혁명 추진세력으로 소시민과 민중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자코뱅 파가 왼쪽에 자리 잡으면서 우파와 좌파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역사적으로는 좌파가 더 진보적이고 과격하다고 하는데 요즈음은 오른쪽도 만만찮다. ‘가장 옳’아야 할 ‘맨오른쪽’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극우 단체, 극우주의자들의 문제는 바다 건너 일본이나 유럽 등 딴 나라 이야기거니 했다. 그런데, 이들이 어느덧 우리 사회의 한 복판에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은 구제와 선행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하라는 뜻인데, 지금 오른쪽 왼쪽은 드러내놓고 서로 제 잘났다 대립하고 반목하고 있다. 리영희 교수가 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는 책 이름을 되뇌어 본다. 아무렴, 오른쪽과 왼쪽은 반목이 아닌 협조의 관계로 살아야지. 함께 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날아갈 수도 있는데.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두 손을 다 쓰면 더 잘 비벼지고 더 맛있어지지 않을까. 오른쪽과 왼쪽이 힘을 합하고 어울려 사는 맛깔나고 멋진 세상이 아스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