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3차 추경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거듭 촉구하고,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다고 화답하는 등 민주당의 국회 1당 독주체제가 가속화되고 있다. 절대 소수의 처지에서 민주당의 독주를 막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미래통합당의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상태다. 후퇴의 조짐을 뚜렷하게 보이는 이 나라 민주주의가 염려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국회의 조속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거듭 촉구하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국회가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단독국회를 열어 여야의 첨예한 대척점에 있는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한 6개 상임위원장을 뽑은 뒤 야당의 항복을 압박하고 있는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망부석도 아니고 더 이상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하느냐”며 대통령의 요구에 응답했다.

18개 상임위원장 모두를 포기한 주 원내대표의 결단 배경에는 민주당이 모두 다 차지해 일하고 책임도 모두 지라는 뜻이 담겨 있다. 주 원내대표의 협상 경험담을 들어보면 21대 국회 초부터 여당의 안하무인 횡포에 어지간히 당한 듯하다. 통합당은 상임위 활동과 관련 없이 정책 대안을 갖고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하겠다는 심산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무리 보아도 지금 상황은 민주당이 마냥 좋아할 형편이 아닌데도, 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핑계로 1당 독주체제를 굳혀갈 태세다. 취임 이후 정부·여당에 치우친 국회운영에 집중하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실망스러운 국회운영도 걱정스럽다. 반쪽의장으로 앉아서 숫자만 보면서 지혜로운 생각을 못 한다는 비판이다.

국회의 1당체제 운영은 국제적 망신거리다. 정부·여당은 이 나라 민주주의를 더이상 후퇴시키지 않도록 지금의 오만방자한 자세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맹세하던 ‘협치’ 정신은 순식간에 어디로 사라졌는지, 과거 그악하던 야당 행태를 반성하는 모습조차 없는 거대 여당의 무차별 변신 행태가 참으로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