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4·19에 의한 하와이 망명으로, 박정희 대통령은 최측근의 손에 의해 희생되었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비리로 옥고를 치른 후 아직도 재산을 추징당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역시 아들의 비리로 명예의 손상을 남겼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 조사 중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비리로 재판중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농단 사건으로 탄핵되어 아직도 수감 중이다. 해방 후 짧은 정치사에서 이토록 많은 대통령이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사례는 세계사에서 드문 일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자랑스러운 전직 대통령을 가지지 못한 셈이다. 상당수의 전직 대통령은 본인과 친인척의 비리, 권력의 남용으로 고통을 겪었다. 권력이 집중된 우리나라의 단임 대통령제는 원천적으로 직권남용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순수성은 지지층뿐 아니라 상당수의 국민들이 신뢰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다행스럽게 대통령 주변의 잡음이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정권이나 말기에 가까울수록 친인척 등 권력 측근들의 비리 가능성은 높아진다.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주변부터 경계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재판에 계류 중인 대통령 측근에 대한 재판의 공정성부터 보장하여야 한다. 조국 전 법무장관 사건뿐 아니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정의연과 윤미향 사건은 이미 사법적 심판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조국 전 장관과 그 부인 사건은 아직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정에서는 대통령의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마음의 빚’이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와 대통령 주변 사건에 대한 심판이 공정해 질 때 권력형 비리의 의혹은 해소될 것이다.

또한 여당이 압승한 21대 국회도 문재인 정부의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60%를 유지하고 집권 여당은 민주화 이후 최대의 의석을 확보하였다. 이럴 때일수록 문재인 정부는 오만과 독선의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19세기 영국 역사학자 로드 액튼은 일찍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해방 후 짧은 우리 헌정사에서 우리는 집권 여당의 권력형 비리를 수없이 보았다. 벌써 집권 여당의 ‘의회 독재’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집권 여당의 독주가 임기 말의 문 대통령에게는 부메랑이 될 수 있음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민중 항쟁인 촛불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임을 자인하였다. 대통령은 이제 그가 약속한 ‘공정하고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답변서를 써야 할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이를 위해 대통령은 독선적 권력은 끝까지 감시 통제해야 한다. 대통령의 눈과 귀는 그를 구해준 친문 여론에만 의존해서 안 된다. 특히 ‘대깨문’이라는 절대적 지지 세력의 좌익 모험주의는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임기 말의 한탕주의적 권력비리는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척결되지 않는다. 신설되는 공수처의 최우선 과제는 권력 측근의 비리 수사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