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 세계 소매업체 매출이 크게 하락하는 가운데, 지역 소상공인들도 간단한 전화 주문을 받아 물품을 미리 포장했다가 고객에게 전달해주는 서비스나 장보기 대행서비스와 같은 생존을 위한 발상의 전환 등에도 주목해 변화에 적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포항 죽도시장 모습. /경북매일 DB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소비자의 비대면, 비접촉에 대한 수요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지게 될 것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이러한 소비자 행동의 결과는 우리나라는 물론 주요국에서도 대형 유통소매업체들의 매출 하락으로 뚜렷하게 증명되기 시작하였다. 실제 미국의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3월 마이너스 25.1%에서 4월 마이너스 47.0%로, 의류(apparel) 업체는 3월 마이너스 49.8%에서 4월 마이너스 89.3%로 하락 폭이 확대되고 있다. 스웨덴의 세계적인 패션업체인 에이치앤엠(H&M)은 지난 3월 이후 약 2개월간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마이너스 57%를 기록하였다. 일본의 백화점 매출도 3월 마이너스 33.4%에서 4월 마이너스 72.8%를, 의류 분야는 3월 마이너스 22.7%에서 4월 마이너스 53.6%로 확대되는 등 전 세계의 소매업종이 모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그만큼 그동안 사람이 밀집되고 있던 백화점, 그리고 많은 사람이 입어보고 만지게 되는 의류와 같은 소매업종일수록 비대면, 비접촉시대로 이행되는 과정에 있는 지금 시기에는 직접적인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사실 이와 같은 세계적인 유통소매점들이 그동안 온라인쇼핑몰과 택배 서비스로 연결되는 전자상거래에 무관심했던 것도 아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5년간 일본의 편의점업체 세븐앤아이는 총매출액 대비 전자상거래를 통한 매출비율이 0.9%에서 2.7%로 늘었고, 미국의 월마트는 2.3%에서 6.8%로, 코스트코는 4.0%에서 7.0%로 늘어났다. 또 미국의 가전유통업체 베스트바이(Best Buy)는 10.1%에서 20.3%로, 영국의 식품마트 세인스베리(Sainsbury’s)는 5.1%에서 14.8%로 대부분의 소매유통업체는 온라인 쇼핑 거래 비중을 상당히 큰 폭으로 확대해왔다. 이들의 온라인거래 강화는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조준하면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더구나 이들 대형 소매점들은 최근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여 그동안 추진 중이던 디지털화, 온라인화에 더하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더욱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 눈에 뜨이는 것은 역시 관점 내지는 시각의 변화다. 지금까지 소매점들은 최대한 고객들이 물건을 찾기 위해 점포를 몇 차례나 둘러보게 만드는 등 고객의 점포 내 체류 시간을 늘려 매출을 극대화하는 상품 진열방식 등 다양한 전략을 채용하여왔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이 원하는 비대면 비접촉과 더불어 점포 내 체류 시간을 줄이려는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하였다. 가장 많이 찾는 생필품들을 점포 내 최단 이동 거리에서 선택하여 점포 체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상품배열을 조정하고 있다. 일부 점포에서는 스마트폰 앱으로 고객이 물품을 즉각 찾을 수 있는 안내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특정 점포에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와 한적한 시간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등장한 신규 서비스로는 소비자가 방문 전 미리 온라인으로 선택한 물품을 점포 외부 로커(locker)에 넣어두면 해당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인증한 후 로커를 열어 물품을 직접 인수하는 방식이다. 점포의 종업원과는 아예 비대면 비접촉이 실현되는 셈이다. 그리고 고객이 물품을 손수레(cart)에 담아오면 종업원이 바코드만 인식시킨 후 계산은 고객이 무인 결제하는 방식도 도입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소매점 업체의 수익확보를 위한 경영전략도 다각화되는 모습이다. 이들은 지금 백화점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사한 방식을 채용하여 해당 소매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주요 제품의 진열 장소를 해당 제품 제조업체에 맡겨 제조업체가 자사 제품을 직접 홍보하는 부스로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방식의 채용으로 제조업체는 자사 제품의 홍보와 장점을 고객에게 직접 설명할 기회를 얻고, 해당 소매점 경영자는 제품이 판매되지 않더라도 일정 공간을 대여해 주는 것에 대한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어느 소매점에서는 가게 안에 다양한 센서 등 전자기기를 설치하여 두고 고객들이 어느 제품에 관심을 두는지, 어떤 제품을 만져보는지, 그 체류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수료를 받고 해당 제조업체에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게 별도의 대화나 설문 조사 등이 없더라도 고객 행동이 시사하는 정보를 해당 제조업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소매점은 새로운 수익원을 얻는 뉴노멀의 비즈니스가 탄생하고 있다.

포항과 같은 지방 도시는 대체로 전국 유통망을 지닌 대형 소매점이 아닌 한 소상공인들이 경영하는 소매점이 주축을 이룬다. 아무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다고 하더라도 이들 모두가 지금까지 없었던 온라인상거래를 즉시 도입하거나 스마트폰 앱을 통한 대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이처럼 세계적인 소매점들이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생존하기 위해 온갖 궁리를 하는 모습만큼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현재 상황에서 충분히 아이디어를 짜낸다면 전혀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전통시장에서 배달서비스를 하기 어렵다면,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미리 전화로 주문을 받아주고 손님은 주문한 물건을 확인한 후 바로 계산하여 가져갈 수 있는 장치만 마련해도 시장 내 체류 시간의 단축과 최대한의 비접촉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생각 같아서는 시장상인회에서 손님이 시장에 방문하기 전에 필요한 수량, 물건, 가격대 등을 알려주면 상인회가 책임지고 하자 없는 물건을 모두 마련하여 두고 고객이 물건과 가격을 확인한 다음 한꺼번에 계산하고 장보기를 끝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이 또한 고객의 시간 절약, 시장의 새로운 매출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골목상권에서도 조금은 유사한 아이디어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당장 온라인매출이나 배달서비스가 어렵다면, 적어도 미리 전화로 주문을 받은 물품을 상자에 담아두기만 해도 주변 소비자들은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좁은 가게 안에서 다른 손님들과 어깨를 부딪칠 필요도 없이 주문해둔 내용을 확인한 후 계산해서 물건을 가져오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비대면 비접촉시대에는 장보기 대행서비스가 다시 인기를 끌지도 모른다.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변화에 대해 개인, 중소기업, 소상공인 모두 각자의 영역에 수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만큼 우리 모두 비대면, 비접촉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아예 눈을 감아버리면 생존은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고객과 만나고 접촉해야 하는 소매 분야일수록 이와 같은 시대적 변화에 어떻게든 적응해야만 한다. 앞으로 지역의 소상공인, 전통시장 등 각 경제주체가 지속 가능한 생존에 성공하려면 과거부터 수없이 겪어왔던 많은 외부 충격에서도 큰 탈 없었던 점만을 믿어서는 아니 된다. 지금까지 고수했던 모든 방식이 더는 통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접촉, 대면 시대의 경험을 모두 지운 백지상태에서 받아들여야만 할 것, 바꾸어야만 할 것, 버려야만 할 것, 끝까지 고수해야 할 것 등을 하나하나 따지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때가 왔다. 그리고 때로는 단순한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위기를 극복할 수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수도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자.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