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경 동

전남 여천군 쌍봉면 주삼리 끝자락

남해화학 보수공사현장 가면 지금도

식판 가득 고봉으로 머슴밥 먹고

유류탱크 밑 그늘에 누워

선잠 든 사람 있으리

이삼십 분 눈 붙임이지만 그 맛

간밤 갈대밭 우그러뜨리던 그 짓보다 찰져

신문쪼가리 석면쪼가리

깔기도 전에 몰려들던 몽환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꿈자락 붙들고 늘어지다가도

소혀처럼 따가운 햇볕이 날름

이마를 훑으면

비실비실 눈감은 채로

남은 그늘 찾아 옮기던 순한 행

일용직 노동자들이 점심시간의 틈새 잠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비록 그들의 삶은 고단하고 모양 없을지 모르나 그들에게는 꿀잠 같은 평화와 안온함이 있다. 시인이 보여주는 구체적인 그림 속, 기계와 한 몸이 되어 잠든 노동자들의 모습에서 따스한 인간적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