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미국의 우박사과를 둘러싼 일화다. 미국 뉴멕시코주 고산지대에서 사과를 재배하던 농장에 우박이 내렸다. 수확을 앞두고 미리 판매계약을 마친 사과들이 우박피해를 입어 상처투성이가 돼 버린 것이다. 주변 농가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넋을 잃고 힘들어할 때 영거라는 농부가 상처입은 사과를 서둘러 구매자들에게 보내면서 편지 한 장을 같이 보냈다. “우박이 내려서 사과가 뜻밖의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 사고의 상처는 고산지대에서 자란 특산품이란 증거입니다. 고산지대에서는 가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데, 그 때문에 사과 속이 조여져서 맛있는 과당이 만들어집니다. 맛이 없으면 전액 환불해드리겠습니다.” 라는 내용이었다. 편지와 함께 상처는 있지만 맛있는 사과를 받은 고객들은 한 명도 환불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주는, 산타클로스를 만드는 발상의 전환이다.

남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관점을 조금만 바꾸어도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산타클로스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존재지만 관점을 바꾸면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생기고, 그리고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만드는 존재일 수 있다.

21대 국회가 원구성을 시작하자마자 파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원(院) 구성을 놓고 여야가 극한 대치끝에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 등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자 미래통합당이 향후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당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원 구성 협상 결렬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여야 협상 채널 조차 사라져 국회정상화가 언제쯤 가능할 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상태에 빠졌다.

다수당이 단독으로 개원 국회의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은 7대 국회 시절이던 지난 1967년 이후 53년 만이다. 여야는 그동안 법사위의 위원장을 누가 가져가느냐를 놓고 힘겨루기를 계속해왔다. 이번 사태는 법사위의 국회법상 권한인 체계·자구심사 권한으로 번번이 야당에 ‘발목잡기’를 당했다고 생각한 민주당이 원활한 입법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법사위원장을 반드시 가져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빚어진 사태다. 민주당은 오는 19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남은 12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끝내고 21대 국회 원구성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선 통합당은 여당의 입법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선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며, 여당의 일방적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을‘1당 독재’로 규정하고 향후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하지 않겠다며 반발했다. 예전 통합당이 여당이었던 시절 법사위원장을 보장해줬던 전례마저 무시한 채 민주당이 법사위원회를 장악하려고 하려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어떤 무리수를 둬도 국민의 지지를 받아낼 자신이 있다는 오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암울해 보이는 이 상황이 오히려 민주당의 무릿수를 응징할 통합당의 산타클로스를 만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