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유홍준 지음·창비 펴냄
인문·2만원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의 실크로드 여행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우리 시대 대표적인 인문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실크로드 답사 대장정을 완료했다.

최근 출간된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국편 3’(창비)은 전적으로 실크로드 상 도시와 지역을 다룬다.

지난해 4월 출간된 중국편 1~2권에서 실크로드를 찾아 서안에서 시작한 여정은 하서주랑과 돈황을 거쳐 이번 3권에서 본격적으로 신장 위구르자치구 오아시스 도시들과 타클라마칸사막을 탐방한다. 현장법사와 손오공이 불경을 찾아 지나간 길, 고대 동서문명 교역의 중심, 탐스러운 과일과 고고학 보물들이 넘쳐나는 곳. 신장 지역 실크로드에는 환상적인 풍광과 다채로운 이야기가 넘쳐난다. 유홍준 교수와 답사 일행은 투르판, 쿠차, 호탄, 카슈가르 등 대표적인 오아시스 도시들을 거치며 다종다색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는 특별한 여정을 떠난다. 답사여행의 대명사 유홍준이 직접 “내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여행”이라고 평가할 만큼 답사객의 탄성을 자아내는 풍경이 연달아 펼쳐진다.

여러 다른 견해가 있지만, 독일의 동양학자 알베르트 헤르만 이후 많은 학자가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실크로드의 개념은 중국 서안에서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 시리아에 이르는 총 6천400㎞를 뜻한다. 이 경우 실크로드는 크게 동부, 중부, 서부 구간으로 나뉘는데 중국편 1·2권에서 다룬 부분이 동부 구간이며, 이번 3권의 오아시스 도시 순례는 곧 실크로드의 중부 구간에 해당한다.

중부 구간은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을 관통하는 구간이며 좁은 의미의 실크로드는 바로 이 구간을 가리킨다고 유 교수는 설명한다. 책에서 다루는 곳은 타림분지를 둘러싸는 천산남로(실크로드 중로)와 서역남로(실크로드 남로) 상에 위치한 5개 도시다. 구체적으로는 천산남로의 투르판과 쿠차, 서역남로의 호탄과 카슈가르, 그리고 모래 속에 파묻힌 실크로드 중로와 남로의 분기점 누란 등이다.

유 교수는 신장 지역 실크로드 답사의 핵심으로 투르판과 쿠차를 꼽는다.

투르판은 실크로드 북로와 중로가 갈라지는 길목에 위치해 고대로부터 실크로드의 대표적인 오아시스 도시로 꼽힌다. 이곳엔 대형 고대도시와 무덤, 길게 펼쳐진 포도밭과 인공수도 카레즈, 베제클리크석굴 등 불교유적과 이슬람 건축 유적 등이 남아 있어 답사객이 꼭 들러야 할 곳 천지다. 이번 실크로드편 답사 3분의 1이 투르판에 대한 이야기일 만큼 볼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투르판 불교 유적을 대표하는 베제클리크 석굴은 ‘서유기’에 등장하는 화염산을 배경 삼아 수려하게 펼쳐진 아름다운 석굴사원이다. 투르판은 오아시스 도시 중에서도 정치적으로 부침이 많은 곳이기도 했다. 그 역사를 잘 보여주는 곳이 교하고성과 고창고성이다. 이 두 고성은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옛 도시터로, 차사국, 고창국 등 투르판 지역에서 흥망한 서역 국가들의 역사를 몸소 증언한다. 다른 실크로드 유적과 마찬가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빛나는 장대한 도시 유적지다.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창비 제공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창비 제공

투르판에서 천산남로를 따라 좀 더 들어가면 화려한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고대 구자국의 도읍 쿠차가 나온다. 쿠차 답사의 핵심은 불교 유적지 탐방이다. 키질석굴, 쿰투라석굴, 수바시 사원터 등 신장 지역 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들이 쿠차에 몰려 있다. 특히 키질석굴은 신장 최대 규모의 석굴로, 벽화를 비롯한 많은 유적이 파괴됐으나 여전히 화려한 불교미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또 최초로 불경을 한문으로 번역한 쿠마라지바와 조선족 화가 한락연의 이야기가 답사객을 매료시키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 동아시아 불교가 성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쿠마라지바의 일생과 업적을 되짚은 답사기의 어조가 한층 고조된다.

그밖에 도굴로 크게 훼손된 쿰투라석굴과 절터만 남아 있는 수바시사원 역시 고대 쿠차의 화려한 불교문화를 후세에 전하는 중요한 유적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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