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유행’은 학교 캠퍼스를 더욱 썰렁하게 만들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어제는 그래도 ‘교수 발표회’라는 것을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치른 날이었다.

대학교에는 학기마다 늘 거쳐가는 행사가 있게 마련이다. 3월이 되면 내가 몸담은 곳에서는 첫째 주나 둘째 주에 학과 전체 교수회의를 한다. 비슷한 시기에 학부 학생들과 대학원생들은 학과 설명을 겸한 신입생, 진입생 환영회, 개강 모임 등을 연이어 갖게 되며, 중간고사 끝날 때쯤 답사 여행을 가게 된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다들 지친 기색 역력하지만 한두 주만 기다리면 시험 끝나고 방학이다. 하지만 학생들, 교수들 만남은 끊기지 않는다. 교수들은 학생 ‘지도’ 명목으로 학생들과 점심식사를 하기도 하고 종강모임도 기다리고 있고 시험 끝나면 강의 과목에 따라 뒤풀이를 하기도 한다. 앞에서 말했듯 ‘교수 발표회’라 해서 교수들이 학과의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공부를 논문 형태로 발표하는 행사도 있다.

그런데 기말시험이 문제다. 수업은 줌(zoom) 앱으로 한다고 치는데, 시험은 또 어떻게 한다? 한 학기 내내 그 ‘비대면’이라는 소리를 지겹도록 들었는데, 시험마저 인터넷 화상 시험 형태로 치러야 한단 말이다? 책상 띄엄띄엄 ‘사회적 거리’ 두고 시험 치를 수 있는 ‘작은’ 강의는 그렇다 하지만 대형, 밀집 강의는 한곳에 모이는 것 자체가 무섭다. 결국, 인문대학에서는 기말시험 기간 내내 출입문을 일부 제한하고 출입 가능한 문에는 열화상 카메라와 소독제를 구비하고 시험생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전체가 다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한편, ‘줌’으로 시험 보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없지 않다. 이 ‘줌’ 앱은 비디오 중지니 음 소거니 하는 기능들이 있다. 회의용으로 개발된 이 앱에서 상대방이 말하는 시간에 자기 쪽의 화면이나 소리가 나가지 않도록 하는 기능인 것이다. 그런데 만약 시험 치르는 학생이 자기 쪽 소리가 나가지 않도록 해놓고 화상에 나오지 않는 친구 학생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학생들의 양식에 맡겨야 하지만 시험은 부정 소지를 줄일 수 있어야 하는데, 실로 ‘인지’가 날로 발달하니 반드시 신뢰를 부여한다고 해서 다 되었다 말할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조교 선생이 우리 과에서 개설한 과목의 기말시험에 외국인 학생의 부정행위가 있었단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잠깐 생각해 보지만 다른 답은 없다. 시험은 대학생활의 가장 밑바닥 규범이다. 이게 허물어지면 다른 무엇을 얼마나 잘 해 놓아도 결과가 좋지 않다.

학생들아, 코로나19 ‘비상시국’이라지만 시험 부정 행위가 웬 말이란 말이냐. 이런 때일수록 ‘정도’를 걸어야 하지 않으리?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