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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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깡패 같은 친구가 힘이 없는 친구를 매일 괴롭힌다. 때리기도 하고 돈을 뺏기도 한다. 힘이 없는 친구는 평화를 위해 돈도 가져다주고 그 깡패 같은 친구가 때려도 참고 웃음을 지으면서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힘없는 친구가 주머니에 짱돌을 쥐고 나타났다. 그리고 그 깡패를 공격했다. 난투극이 벌어지고 힘없는 친구는 크게 다쳤다. 그러나 놀라운 일은 그 다음날부터 그 깡패가 힘없는 친구를 괴롭히는 일이 끝났다. 필자가 중학교 시절 직접 목격한 사건이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다. 세계사에 없는 일이 벌어졌다. 세계사에서 서로 합의하여 지은 건물을 전쟁이 아닌 상태에서 폭파시킨 예는 없다. 북한과 평화가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김대중 정부 때 이야기한 햇빛정책으로 가능할까?

힘없는 친구가 했던 것처럼 소를 몰아가져다 주기도 하고 돈도 엄청 가져다주었다. 그럴 때마다 북은 평화를 함께 할 것처럼 웃음 지었다. 그러나 돈이 떨어지면 다시 돈을 달라고 하고 떼를 쓴다. 말을 안 들으면 욕을 하고 난리를 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갈취한 돈으로 무기를 만들고 핵을 개발한다.

미국과 일본과 멀어지라고 “우리끼리”라는 감언이설로 남측을 속인다. 결국 북측이 원하는 건 핵을 개발하여 남측을 속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남측을 미국과 일본과 멀어지게 해야 한다.

남북 군사 합의 이후 북측이 말하는 것처럼 남측은 무엇을 배신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다. 풍선전단을 시비로 걸었지만 그건 사실상 폭파를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풍선전단을 규제하겠다고 정부가 약속했지만 그 약속조차 비난받았다. 폭파 후 북은 비무장지대 초소 진출, 접경지역 군사훈련, 대남전단 살포를 예고했다. 남측에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돌리며 대남비난도 이어갔다. 남측을 “비겁하고 나약하며 저열한” 상대로 매도하며 남북관계를 더는 논할 수 없고, 남북 간 접촉공간도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뒤늦게 정부도 대응한다. 응당한 대가를 치른다고 했지만 타이밍이 늦었다. 공산주의와의 평화는 강한 힘을 바탕으로 해야 하고 우군들인 우방들과의 강한 유대에서만 가능하다. 상대는 그걸 제일 싫어하기 때문에 우방과의 관계를 약화시키기 위해 늘 “우리끼리”라는 구호로 유혹한다. 그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대한민국의 대북 정책이 아니고 북의 대남, 대미 공작의 하청 용역이었다는 혹평들도 있다. 이제 하청업자 역할을 더이상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강한 한미, 한일 공조를 통해 강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핵우산이든 자체 핵개발이든 강한 모습을 보여줄 때 평화가 유지 되는 것이다. 통일을 구걸하지 않을 때 통일의 기회는 더 가까이 올 수 있다. 북한과의 평화는 우리가 우방과 관계를 공고히 하고 강한 힘을 보여 줄 때에만 가능할 뿐이다.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