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br /><br />시조시인<br /><br />
김병래

시조시인
 

먹고사는 것에 여유가 생기면서 각종 노화방지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좋은 세상 만났으니 보다 젊게 오래 살고 싶은 걸 누가 말릴까마는 외모를 더 젊고 아름답게 보이려는 여성들의 욕구는 거의 필사적인 경우도 있다. 온갖 물리적 요법에서 식이요법, 약물요법에 수술요법까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그런 것에 너무 집착하다가 부작용으로 몸을 망치기도 한다.

노화는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구조와 기능이 차츰 저하되고 질병과 사망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하면서 쇠약해지는 과정을 말한다. 세포의 단백질 합성 능력이 감소하고 면역 기능도 떨어지며 근육은 작아지고 근력은 감소하는 한편 체내의 지방 성분은 증가하고 골 밀도가 감소하여 뼈가 약해지는 등의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노화현상은 몸에만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도 온다. 젊게 살기 위해서는 피부나 몸매를 가꾸는 것보다 마음의 긴장과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기 쉽다. 몸이 젊어야 마음도 젊어진다는 논리도 있지만, 그보다는 마음의 젊음이 몸의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말이 더 타당할 것 같다.

뇌의 노화방지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노화현상의 상당부분이 뇌기능의 저하에서 온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뇌세포에 영양과 산소의 공급이 원활해야 함은 물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와 풍부한 감성이 뇌를 젊게 한다고 한다. 오감을 포함한 다양한 감각을 느끼고 지각하는 능력인 감성(sensibility)은 나이를 먹으면 무디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젊은 나이에도 감성이 메마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백세 고령에도 아이와 같은 감성을 가진 사람도 없지 않다.

감성의 젊음을 유지하려면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한다. 늙을수록 고집이 세다는 것은 편견이나 아집,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는 말이다. 가을이 되면 풀이 쇠어지듯이 마음이 완고해지는 것이 바로 노화다. 사고가 넓고 유연해지려면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고 문학이나 철학, 예술 등 인문학적인 교양을 쌓아가야 한다. 그래서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공감능력과 불의를 외면하지 않는 사회적 정의감도 놓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현상에 관심과 애정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계절을 따라 싹이 트고 성장하고 열매 맺고 월동하는 초목들과 친밀히 교감하는 것만으로도 감성은 늙지 않는다. 지극히 미세한 것에서부터 광대무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고 변화무쌍한 것이 자연이다. 지구의 생태계만 하더라도 생로병사가 수미상관으로 맞물려 생명의 역동성을 이어가는 것이고, 해마다 새 잎을 내는 고목처럼 늙을수록 감성의 잎이 더 무성할 수도 있는 것이다.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감성이 메마르고 완악해진 마음을 꾸짖는 예수의 말씀이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감성이야말로 천국에 이르는 길일진대 마다할 이유가 뭐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