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성심성월
가볼만한 성지

진목정성당 전경.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그리스도인들은 미사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감염의 위험으로 인해서 성령의 매체인 미사로부터 강제로 ‘거리두기’를 해야 했던 그리스도인들은 한편으로는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모시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을 체험했다. 예수성심성월로 지내는 6월, 코로나19에 묻혀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신앙을 다지는 기회를 가져보자. 가까운 성지를 찾아 신앙 선조들의 고귀한 삶과 신앙을 묵상하면서 신심을 다지자. 대구경북지역 가볼만한 성지를 소개한다.

진목정성지

경주시 산내면 내일1리 389에 위치한 진목정성지는 병인박해 당시 교우촌이 형성됐던 곳으로, 순교복자 124위 가운데 허인백, 이양등, 김종륜 등 3위가 순교 전까지 살았던 생활터전이다.

2015년 자비의 희년 124위 관련 순례지로서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성지로 지정됐다. 성지 내 순교자기념성당은 대지면적 3465㎡ 건축연면적 1299㎡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2014년 건립됐다.

특히 순교자기념성당에는 세 순교자들을 비롯해 신자들의 유해가 함께 안치되는 봉안당 ‘하늘원’도 함께 조성돼 있어 순교자 현양과 죽음 의미를 묵상하는 복합 신앙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티순교성지 복자 가묘.
한티순교성지 복자 가묘.

한티순교성지

한티순교성지는 대구에서 경북 군위 및 의성 쪽으로 넘어가는 큰 산 고개에 자리한다. 19세기 초 을유, 정해박해를 피해 남하한 신자들과 체포된 이들의 옥바라지를 위해 모여든 가족들이 형성한 신앙촌이다. 또한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신앙을 위해 피를 흘렸으며, 현재까지 37기의 순교자 묘소가 확인되고 있다.

신앙선조들은 이곳에서 억새이엉을 얹은 초가마을을 짓고 살았는데 이 억새 초가마을은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억새 초가 군락지로 전해진다. 대구대교구는 1984년부터 본격적으로 이곳을 개발해 1991년 9월 한티순교성지, 10월에는 피정의 집을 축복하고, 이후 영성관, 순례자의 집 등을 차례로 세웠다.

 

신나무골 성지.
신나무골 성지.

신나무골성지

경북 칠곡군 지천면에 위치한 신나무골은 초기 경상도 천주교회사에서 은신 전교의 근거지로 영남 신앙의 교두보이자 순교성지다. 1800년대 초기 박해를 피해 숨어든 신자들의 정착촌으로, 이선이 순교자의 무덤이 조성돼 있다.

뮈텔 주교와 리델 주교가 직접 방문해 성사를 집행한 곳이며, 최양업 신부와 성 샤스탕 신부가 사목방문을 한 곳으로도 추정된다. 특히 전주(현 전동)를 비롯해 부산(현 범일)·가실본당 등의 모태가 된 영남지역 신앙의 요람으로 꼽힌다. 신나무골 성지는 그동안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관할하며 1, 2차에 걸쳐 개발한 바 있으며, 2015년 대구대교구로 이관됐다.

 

마원성지

마원성지는 경북 문경시 문경읍 마원리 599-1에 자리하고 있으며 지난 2014년 8월 16일 시복된 박상근 복자를 현양하는 성지다. 866년 병인박해 당시 박해를 피해 한실 교우촌으로 가는 산 속에서 목숨을 걸고 끝까지 동행하려던 복자 박상근과 그를 돌려보내려는 칼레 강 신부 사이의 믿음과 우정은 유명한 일화다. 복자 박상근(문경 마원 출생)이 순교한 곳이자 대구대교구 주보 이윤일 요한 성인이 잡혀왔던 이곳은 124위 복자 중 6위가 인근 교우촌에서 체포돼 감옥살이를 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 밖에 교회 문헌을 통해 확인된 기타 순교자들도 19명에 이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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