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짐작할 수 없는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가 더이상 갑갑하지 않는 일상이 됐다.

하지만 북한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사건과 여당의 수적 우세를 앞세워 제1야당을 배제한 상임위원장 선출 등 현 정세가 답답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역대 이 정도의 난맥상을 보인 정국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코로나19 사태야 국민 개개인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책을 찾아가는 상황이지만, 북한의 요즘 행태와 정치권의 행보는 타결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이미 우리 국민의 뛰어난 위기대처 능력으로 인해 ‘K방역’이라는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부러움의 대상이 된 반면에 북한과의 관계나 정치권은 여전히 과거로 회귀하는 씁쓸한 모습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정치권의 협치가 되살아나야 적극적인 대응이나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데도 여전히 여당은 수적 오만함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연일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은 오히려 이런 국내 정치의 파행적인 상태를 즐기는듯 연신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미의 행동을 보여주며 노동신문을 통해서도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당은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구태의연한 정치행태라고 비난을 하고 있지만 정작 구태라는 표현이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과거 여당이 해온 행보를 그대로 보는 듯해 씁쓸함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 운영에서 든든한 맏형 역할을 해야 할 여당이 힘의 논리만을 앞세워 어린 동생들을 막 다루는 모습으로 비치는 우를 범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도 여당의 숫자놀음에 그냥 속수무책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전혀 대처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강수를 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돌파구나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거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를 상기하면 지금의 통합당보다 적은 국회의원 숫자로 견제와 협상 능력을 보여줬고 자신들의 견해를 관철하기 위해 성명을 통해 여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면모를 보이는 등 상당히 압박을 가했다. 지금의 통합당은 야당 경험 부족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속수무책인 상태이고 당 비대위 역시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진행에도 당의 진로를 모색하지 못하는 무기력증만 노출하고 있다. 이 정도의 정치국면이라면 현재 통합당 대표인 비대위원장이라도 나서서 자신의 경륜과 식견을 바탕으로 혜안을 제시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야당은 여당의 과거 수적 우위의 오만함으로 이어진 선거에서 국민이 야당을 선택했다는 사실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마저 드는 부분이다. 물론 과거 강한 여당의 수적 횡포에 국민은 표로서 따끔한 일침을 가하며 심판해 왔다. 그러나 이런 국민적 판단에는 반드시 야당의 눈물겨운 대여투쟁의 노력을 눈여겨봐 왔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당의 거친 행보에 지친 국민이 다음 선거에서 어떻게 표로서 반응했는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대선이 2년 앞으로 다가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