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북한이 수상하다. 미국과 북한 관계에 진전이 없자 북한의 비난이 봇물같다. 우리 대통령에게까지 막말이 쏟아진다. 정부도 여당도 까닭을 새기느라 여념이 없는 사이, 귀에 솔깃한 외침이 있다. ‘북한은 대한민국 대통령 폄훼를 중단하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다.’ 어느 야당 국회의원의 일갈이라 더욱 새롭다. 진영논리에만 갇혀 답답하게 정쟁만 이어가던 우리 정치권에 이런 싱싱함이 살아있다니! 지금은 힘을 하나로 모을 때라서 여당야당 따질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분명하다. 대의와 국익을 온갖 논의의 제일 앞에 두는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만난 게 아닌가.

정치가 의심스럽다. 겨우 두 달 전 선거운동 때에는 뽑아만 주면 분골쇄신 나라와 국민을 위해 당장 모든 걸 바꾸겠다고들 하지 않았나. 뽑아놓은 삼백인 국회가 어느 틈에 슬로우모션이다. 산적한 입법과제와 쌓여있는 개혁이슈, 일으킬 경제동력과 시급한 교육담론, 집중해도 부족할 남북관계와 국제질서. 해야 할 일은 끝도 없는데 당신들은 지금 무엇 하는가. ‘일하는 국회’를 기대했던 국민은 이미 실망스럽다. 고작 다툰다는 게 자리싸움이라니. 국민이 보기에는 남북관계 뿐아니라 그 어떤 담론에도 여당야당 따질 일이 아니다. 낡은 이념에 사로잡힐 때가 아니며 당략에 갇혀 발목잡을 일도 없다. 국민과 나라를 위한 진정성을 기대할 뿐이다.

견제와 균형이란다. 민주주의 교과서에 따르면, 그건 정당 간의 이해관계를 말하는 게 아니라 행정부의 독주를 막기 위해 입법부와 사법부를 따로 둔 ‘삼권분립’의 정신이다. 국회는 민의를 대표하여 국정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정당 사이의 다른 의견은 협의하고 조율하며 결정방법에 따라 수용하고 결의해야 한다. 국회 내 정책집단 사이에는 견제와 균형이 아니라 ‘토론과 협상’이 있어야 한다. 결정방식의 토대는 물론 국민의 선택에 기초함이 상식이다. 국회가 만드는 법과 제도의 틀에 따라 국정을 행정부가 수행하고 그것이 적절한지 살피는 사법부가 있어 국가경영이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게 아닌가.

국민은 목이 마르다. 당신들 가운데 누가 어느 자리를 차지하는가는 다음다음 문제다. 경제가 얼른 기력을 차렸으면 하고, 코로나19가 이제는 물러갔으면 하며, 남북에 평화의 숨결이 돌아왔으면 하여 목이 마르다. 다음 세대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 기술의 진보는 어떤 세상을 펼칠 것인지, 모이고 흩어지는 일을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 답답하고 궁금하다. 여의도에 모인 삼백인 집단, 당신들의 어깨에 어떤 짐이 놓여있는지 다시 좀 살펴주시라.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 북한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것처럼,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도 함부로 업신여기지 못하도록 해야하지 않겠나. 슬로우모션은 볼 만큼 보았다. 이제는 정말 일하는 당신을 만나고 싶다. 여당야당을 뛰어넘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를 자주 더 듣고 싶다. 지금은 힘을 모을 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