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합당 불참 속 법사위 등 6개 상임위원장 표결 처리
與 단독 원구성에 주호영 원내대표 “책임지겠다” 사의표명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소속 의원들은 15일 미래통합당을 제외하고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 처리했다. 지난 5월 26일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에 돌입한 후 21일 만에 여당 의석만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여야 합의가 관례였던 국회 원구성을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일방적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여야 합의를 통해 국회 원 구성이 이뤄졌던 전례를 봤을 때 거대 여당이 180석에 이르는 의석을 바탕으로 상임위원장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법제사법위원장에 4선의 윤호중 의원을 선출했다. 또 정부 예산을 확정하는 기획재정위원장에 3선 윤후덕, 외교통일위원장에 5선 송영길, 국방위원장에 3선 민홍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에 3선 이학영, 보건복지위원장에 3선 한정애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특히 상임위원장 선출을 하려면 상임위원 전체 명단이 있어야 해 통합당이 제출하지 않은 6개 상임위원 명단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강제 배정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개원일이 이미 일주일 지났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국회와 여야 협상에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만 코로나 위기, 남북 위기 앞에서 정치권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민생을 돌보는 것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법사위 야당몫을 요구해온 통합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여당 의원들을 향해 집단 항의시위를 벌였다. 통합당 주호영(대구 수성갑)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진행한 뒤 퇴장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렇게 많은 상임위에 의원을 강제 배정하고 뽑는 건 유래없는 헌정사 폭거”라며 “일당 독재로 가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회 존재 이유는 야당에 있다. 견제와 균형은 지켜져야 한다”며 “미래통합당이 여당일 때 야당을 무시했고, 그 후유증이 남았다. 역사에는 예외없는 권력 법칙이 적용된다. 민주당은 예외일 것이라 자만하지 말라”고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 강행 처리한 6개 위원장 외에 야당 몫으로 정한 7개 위원장에 대해서는 표결처리하지 않고 통합당과 대화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사위원장을 강하게 요구해온 통합당이 대화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여야간 경색 국면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당이 상임위의 법안심사부터 본회의까지 모두 거부하면서 등원 자체를 거부하는 등 전면 보이콧 전략으로 선회할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7월 15일 시행 예정인 공수처 관련 입법과정에서 진통은 물론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를 구성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추천위에서 추천한 후보 2명 중 1명을 선택해 인사청문회를 거쳐야만 임명할 수 있다. 추천된 후보 2명은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통합당이 야당 몫 2명의 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가 정상 가동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또 3차 추경 심사 지연에 따라 이달 내 처리가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3차 추경은 12일째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박형남기자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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