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역 전소니는 물 같은 배우
학생운동 다큐 보며 연기 집중
연기활동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
갓세븐 멤버들도 늘었다고 칭찬”

가수 겸 배우 진영(본명 박진영)은 tvN 주말드라마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에서 살아본 적 없는 1990년대의 어린 재현을 연기했다.

학생운동 끝물이었던 그 시절, 연애도 삐삐를 보내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그 시절. 실제 스물여섯인 그는 어떻게 연기했을까.

15일 드라마 종영 후 서면으로 만난 진영은 “1990년대나 지금이나 모두 다 똑같이 사람 사는 세상 아니냐”고 담담하게 말했다.

“학생운동 관련 다큐멘터리를 봤고, 제작진의 얘기를 들으면서 시대적 상황을 상상해보려고 노력했죠. 또 촬영장에 가면 세트와 소품 등이 1990년대 같이 꾸며져 있어서 몰입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판타지 드라마 안에도 사람이 살잖아요. 그렇게 접근했어요.”

‘화양연화’는 불륜을 소재로 했지만, 재현(유지태 분)과 지수(이보영)의 아름다운 첫사랑을 기반으로 했기에 아련함과 애틋함이 잘 살아났다.

진영은 “내가 아날로그한 첫사랑을 표현했다기보다는 상황이 만들어 주는 게 많았다”며 “요즘은 휴대전화, SNS(소셜미디어) 등이 있어서 연락을 쉽게 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삐삐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려야 했고, 편지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1990년대는 ‘기다림’이 있는 사랑 같다”고 말했다.

진영은 어린 지수를 연기한 전소니와 좋은 합을 보여줬다. 두 사람은 유지태-이보영으로 캐릭터가 성장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비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저도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재현의 과거를 모르고 보면 옛날의 모습과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 재현이를 이해하고 연기하는 입장이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의 질감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과거는 과거대로 표현하고, 현재는 현재대로 표현하되 그 사이에서 공통점을 맞춰 가려 했습니다.”

전소니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굉장히 물 같은 사람이더라. 내가 뭔가를 하면 거기에 다 맞춰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연기를 보여줬다”고 자랑했다.

진영은 유지태의 대학생 시절을 연기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물음에는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을 가진 선배님이고, 바통을 주고받는 형식이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며 “내가 잘못하면 캐릭터가 붕괴할 수 있어서”라고 고백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신체조건이 아쉬운 점이 있지만 드라마적 허용이라 생각하고 작품에 들어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진영은 ‘화양연화’에 대해 “내가 저 상황에 놓이면 정의로운 결정과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저 시대를 살았다면 나는 어디로 흘러갔을까. 수 없는 질문 속에서 한없이 부끄러워졌다”며 “비록 드라마일지라도 현실과 정의 속에서 갈등하고, 자신의 신념이 시키는 대로 나아가는 재현에게 내가 바라는 이상이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소회를 밝혔다.

진영은 연기를 계속해왔지만, 특히 지난해부터 스크린과 TV를 오가며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연기를 하는 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어떤 일을 하든 중심이 생길 것 같은데, 솔직히 나는 아직 나라는 사람을 잘 모르겠다”며 “연기를 하면서 캐릭터와 비슷한 지점도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 몰랐는데 내가 이런 걸 좋아했구나 하며 나를 찾아가게 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갓세븐 멤버들도 디테일한 피드백을 주거나 하지는 않지만 ‘잘 봤다’, ‘연기 늘었다’고 해준다. 참 달콤하고도 씁쓸한 말”이라고 웃었다.

‘화양연화’는 재현과 지수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이야기로 전날 4.5%(닐슨코리아 유료가구)의 시청률을 보이며 종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