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윤 현

나지막하게 얼굴 내밀면서도

미나리아재비꽃 아래서도 웃고

까마중 아래서도 작은 얼굴로 그래그래 한다

불어오는 바람에 온몸을 다 맡겨도

잃을 것이 없는 하루하루가 행복인 듯

어디 굴뚝새 소리 들으려 귀는 열어둔다

눈길 하나 주지 않는 길가도 마다 않고

많이 차지하지 않으려는 나날이 하늘처럼 곱다

바람에 고개 살랑살랑 흔들며

밤하늘의 별빛 받아 꿈을 키우면서

꽃무릇 아래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질경이 사이에서도 작은 얼굴로 응응 한다

어떤 날은 새 옷으로 갈아입은 마술사처럼

사람들의 찌푸린 얼굴을 활짝 펴주기도 한다

제재로 삼은 괭이밥의 생태에는 시인이 추구하는 생의 자세, 혹은 삶의 방향 같은 것이 깊이 반영되어 있음을 본다. 괭이밥은 다른 꽃 밑에서 낮게 피면서 불평하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새소리에 귀를 열고 바람에 흔들리며 욕심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고운 꽃을 피워올리는 꽃이다. 괭이밥처럼 자연에 순응하며 겸허하게 살아가려는 시인의 무욕의 인생관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