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등 경제성장 불확실성이 높아져 기업이 별도의 고용, 투자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지역 중소기업은 이때일수록 기업의 후계자 양성문제, 지속가능성 문제해결을 위해 고심할 수 있는 시간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최근 경주공업고에서 열린 ‘2020 경북도지방기능 경기대회’ 모습. /경북매일 DB
최근 코로나19 등 경제성장 불확실성이 높아져 기업이 별도의 고용, 투자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지역 중소기업은 이때일수록 기업의 후계자 양성문제, 지속가능성 문제해결을 위해 고심할 수 있는 시간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최근 경주공업고에서 열린 ‘2020 경북도지방기능 경기대회’ 모습. /경북매일 DB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1월 전망치보다 낮춘 마이너스 3.0%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약 2달 정도가 지난 6월 8일 세계은행(World Bank Group)은 세계경제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에서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5.2%로 예측하였다. 미국과 일본 모두 올해 성장률을 마이너스 6.1%로, 유로지역은 마이너스 9.1%로 예측하는 등 선진국은 약 마이너스 7%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는 한편, 중국(+1.0% 성장)을 포함한 신흥개발도상국도 마이너스 2.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의 경기후퇴로 보이는 이러한 무차별적인 역성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각 지역 간, 지역 내 물류 이동이나 수급이 차단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무역 규모가 13.4% 감소할 것으로 보았다. 신흥개발도상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지난 6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문제는 세계은행 보고서의 예측이 정확한 것인지를 떠나 적어도 전망을 위한 전제 조건 즉 기본 시나리오가 대부분 올해 중반 또는 다소 지연되는 시점에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될 것이라 가정하고 있어 크게 낙관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만, 세계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밝혔듯이 코로나19로 인한 각 지역이나 나라별로 겪을 경제적 영향의 정도는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다. 역시 제일 심각하게 코로나19의 피해가 컸던 지역이나 나라일수록 경제적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국제무역, 관광, 1차 산품 수출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영향이 클 것이다. 해외로부터의 자금조달 의존도가 높은 지역도 마찬가지다. 다들 자국 경제의 회복에 자금을 투입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기에 해외로부터 자금 조달 의존도가 높은 곳은 높은 국제금리를 감내하거나 아예 상환독촉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얼마나 자율적인 경제순환 메커니즘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달린 셈이다. 그러하기에 이번 세계은행이 전망한 것과 다른 결과가 초래된다면 바로 이 외부요인으로부터의 충격에 대한 내성이나 메커니즘이 각 나라나 지역마다 다른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고 본다. 그만큼 지금의 전망치조차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경북 동해안 지역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최근 조사결과에서도 지역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느끼고 있다. 당연히 과감한 투자나 어떠한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기를 꺼릴 수밖에 없다. 하물며 대기업과 달리 정세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안테나도 없는 지역 대다수 중소기업은 오직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저 시간이 흘러 사태가 종식되고 기존 거래처들과 거래를 재개하여 자사의 공장이나 영업점이 정상화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하지만 기업의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시기이므로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신의 손으로 일구어왔던 공장, 가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나 또 언제나 가능하지도 않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가장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최적기일 수도 있다. 다시 경제 활동이 정상화되는 순간부터는 또다시 중소기업 경영자의 뇌리에는 당장 공장 가동문제에 매달릴 것이기에 정말 해결해야 할 확실한 문제는 다시 봉합될 가능성이 크다. 다름 아닌 후계자 문제다.

전 세계 어느 나라나 지역에서도 중소기업들은 후계자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미국과 같은 서양에서는 기업 간 흡수합병이나 외부로부터 경영자를 초빙하는 경영 방식이 동양보다는 활발한 관계로 해당 기업을 처음 만들었거나 육성한 개인이나 가문이 바뀌더라도 기업 자체의 존속 확률이 동양보다는 높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 문화권에서는 비교적 ‘뿌리’나 ‘전통’을 중시하는 ‘피의 계승’ 경향이 기업에도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결과가 재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면서 불법 승계니 뭐니 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그 누구라도 자신이 피땀을 흘려 청춘을 바쳐 이룩한 기업을 자기 자식이나 친족이 아닌 제3자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을 탓할 수는 없다.

 

일례로 어느 중소기업 경영자가 자신이 개발한 독특한 기술이나 공법 등을 이용하여 독보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면 그 비밀은 함부로 전수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종업원이 지닌 암묵지도 마찬가지다. 비교적 오랜 세월 동안 포항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유명 음식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하튼 지역 중소기업의 업종 중에서도 그나마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지고 있는 분야는 역시 중소제조업체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그중에서도 포스코가 포항에 자리 잡은 이후부터 자수성가하여 지역에서 독자적인 영업망을 구축하고 기술력만으로 버티고 생존해온 중소제조업체가 이 문제를 안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때부터 출발하여 성장해온 기업이라면 20세에 창업하였더라도 이미 70세 고령일 것이다. 다행히도 친족이나 자식이 경영권을 물려받아 2세 경영 심지어는 3세 경영으로 진입한 기업도 없진 않을 것이다. 다만 2세, 3세가 경영권을 인수하여 후계자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대개가 충분히 먹고 살 만하고 경영자 스스로 기름때를 손에 묻히지 않아도 되는 기업일 것이다.

하지만 종업원 10명 이내의 기업으로서 그동안 기술력으로 때로는 종업원들과 일치단결하여 지금까지 생존해온 중소기업이라면 과연 그 경영자의 2세도 기꺼이 부모의 가업을 계승하려는 마음으로 스스로 손에 기름때를 묻히려는 사람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이들 중소기업을 경영해온 부모의 희망, 자식의 야망 등이 융합되어 2세들 대부분은 진작에 대구로,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여 공업과는 무관한 상업이나 공무원 등 다른 일에 종사하고 있기 쉽다. 그러하기에 이들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어쩌면 나이가 더 들어 기력이 쇠퇴하면 그냥 공장문을 닫겠다고 결심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서양과 같이 비록 자신이 이룩해온 공장이지만 누구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으로 해당 공장, 해당 기업을 제대로 살려 끌고 가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전혀 다른 타인이라도 기업의 후계자로 삼아 물려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진짜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중소기업 가운데 한두 기업이 고령화 문제로 공장문을 닫는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 중소기업의 입장이 이와 유사한 후계자 단절이라는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면 이는 기업문제가 아니라 포항이라는 도시 자체의 문제가 된다. 우리가 중소기업을 중시하는 것은 그들이 지역의 고용생태계를 형성하고 그 종사자들은 시민이자 소비자, 학부모, 납세자, 유권자로서 지역의 정치, 경제, 행정,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이들이 후계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폐업하게 된다면 지역의 고용창출력은 물론 과거 수십 년간 축적해온 지역의 기술력, 지역의 잠재성장력, 지역의 경영자원이 사라지는 것이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불확실성이 크다고 해서 잠자코 있을 때가 아니다. 이때야말로 냉정하게 자신이 몸담은 중소기업의 후계자 문제, 기업의 지속성 확보문제 등 보다 확실한 문제부터 해결하려는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