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진<br>영남대 객원교수·전 경북지방경찰청장
박화진
영남대 객원교수·전 경북지방경찰청장

광고의 홍수시대다. 찰나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광고 전쟁이 치열하다. 광고경쟁을 뚫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입장에서는 광고는 핵심 전략이다. 유명 연예인에게 거액의 모델료를 주고 광고를 하는 것도 그런 연유다.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광고문구(일명 카피)를 만들까 골몰하게 된다.

일부 광고물은 사람들에게 공해가 되는 것 같다. ‘찌라시’라 불리는 전단지가 광고에 활용된다. 특히 청소년에게 유해한 음란성 전단지를 대로상에서 버젓이 나눠주는 경우가 있다. 단속관청의 관심이 소홀해지면 길거리 한 모퉁이를 차지하곤 한다.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들이 나온 부모들은 민망함을 감추지 못한다.

유흥가 주변의 음란 전단지를 전쟁 치르듯 일소한 여성경찰지구대장이 있어 신문지상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전단지를 뿌리고 도주하는 사람을 추적해 제작 장소까지 단속을 해서 발길을 끊게 했다고 한다. 청소년 유해환경을 정화시켰을 뿐 아니라 매일 아침 청소 부담을 줄여 학부모와 지자체로부터 칭송이 자자했던 일이다. 시민의 가려운 구석을 긁어준 참다운 경찰활동이다.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면 가던 길을 멈칫하게 된다. 호주머니에 구겨 넣거나 휴지통이나 길거리에 내팽겨진다. 외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전단지를 돌리던 청년들이 전단지가 구겨져 내던져지는 것을 보고 처음부터 구겨서 종이 뭉치로 나눠주자 사람들이 오히려 펼쳐보는 재기 넘치는 장면이었다. 전단지를 나눠주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르바이트로 일을 한다고 한다. 사람들의 무관심과 외면을 참고 견디며 노상에서 하는 일이다. 나이가 제법 있는 아주머니나 심지어 연세를 드신 분들도 눈에 많이 띤다. 일정량을 배부해야 소액의 대가를 받을 것이다. 한여름 뙤약볕이나 추운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전단지를 나눠주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해내기 힘든 일이다.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어진 손을 밖으로 끌어내는 일이란 쉽지 않다. 길거리에서 무단으로 전단지를 나눠주는 일이 법적으로 허용된 일도 아니다. 단호히 거절하고 받지 않는다면 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전단지 홍보는 음란성 전단지 살포와 같은 법적, 정서적 불허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용인되고 있다. 주로 소상공인, 동네 자영업자들의 생계형 홍보다. 이들이 고용한 사람들의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음은 자명하다. 전단지 내용을 보지 않거나 전단지에 실린 것들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힘겹게 전단지를 내미는 손을 매몰차게 거절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주머니 깊숙이 찔러둔 손을 꺼내 한번쯤은 받아드는 것은 어떨까? 법도 사람이 만든 것이니 같이 잘 살 수 있도록 유익하게 집행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북쪽으로 전단지 날리는 일로 나라 안이 시끄럽다. 법적으로 처벌하겠다고 한다. 생계형으로 광고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이 뜨끔해할지 모르겠다.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법적 형평성’이라는 말을 워낙 좋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