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출범하면서 진로선택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때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 정국을 이끌었고, 1981년부터 2016년까지 여당과 야당을 넘나들며 헌정 사상 최초로 비례대표로만 5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좌클릭에 대한 우려가 당내에서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에는 미래통합당 대권주자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오랜만에 서울로 올라와 김 비대위원장을 ‘용병’ ‘히딩크’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원 지사는 이날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강연자로 나와 “앞으로는 용병이나 히딩크같은 외국 감독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에 의한 승리를 해야 한다”라며 통합당의 혁신 작업을 추진중인 김 위원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원 지사는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했던 김 위원장을 겨냥한듯 “보수의 이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유전자”라며 “보수의 선택은 지난 100년 현대 사회에서 가장 우리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은 보수 정당이고, 보수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주도해 온 세력이니, 외부 세력이 아니라 보수 자체의 힘으로 정권을 되찾아오자는 얘기다.

좌클릭 정책으로 중도층 공략에 나섰던 김 위원장은 급기야 당내 중진의원들과 만나 “보수의 가치를 부정한 게 아니다”라며 다독여야 했다.

지난 10일 국회서 열린 비대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 정진석, 서병수(이상 5선), 권영세, 박진, 이명수, 홍문표(이상 4선)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중진의원들은 대체로 보수노선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좌클릭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적극 표명했다. 중진 의원들은 “‘보수’라는 말을 굳이 쓰지 않아도 근본 가치를 유지하면서 진취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게 핵심 과제라고 생각한다”(박 진) “확실한 당의 좌표가 설정되면 조금 서운하고 부족해도 ‘가자’하는 합창이 나올 수 있는데 지금 그 부분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우려스럽다” (홍문표)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제, 전일보육제 등 이슈를 선점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이슈 선점에 따른 당의 정책 대안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이명수) 는 등의 의견을 내놨다.

아이러니한 것은 통합당 중진들이 김 비대위원장의 ‘기본소득’ 카드를 선뜻 받아들지 못하는 사이에 더불어민주당 대권잠룡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제 도입을 지지하고 나서는 바람에 범여권내 ‘기본소득제 도입’대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구도가 형성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김 비대위원장 체제 출범이후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했지만 4주째 하락한 반면 미래통합당 지지율은 총선 이후 최고치인 28.7%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이는 김 비대위원장의 ‘중도 공략 전략’이 국민들에게 먹혀들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추후 계속될 미래통합당의 보수와 중도, ‘두 마리 토끼잡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