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대권 분리 공감대 형성
민주당 유력 당권 주자들
합종연횡 가능성 대두
‘이낙연 대 反이낙연’ 구도서
‘호남 대 영남’ 대결 구도로
이낙연 당권 포기·강행 등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도
김부겸 손해 볼 게 없는 게임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이희호 여사 1주기 추도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의 8월 전대와 관련한 언급이 당권 경쟁에 묘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역 민심 역풍으로 낙선하면서 입지가 불안해진 김 전 의원이 승부수를 띄웠기 때문이다.

‘영남 민주당’ 대표 주자인 김 전 의원은 차기 당 대표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우원식·홍영표 의원을 만나 “대표에 당선되면 임기를 채우겠다고 했다”는 뜻을 피력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대권주자들의 당권 도전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자 이를 불식시키는 한편, 유력 대권주자이자 당권주자인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김 전 의원은 특히 서거 1주기를 맞은 고(故) 이희호 여사를 추모하며 “고인은 민주당에서 보기 드문 영남 출신 운동권인 저를 격려했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8월 전당대회 구도를 ‘이낙연 VS 반(反) 이낙연’에서 ‘호남 민주당 VS 영남 민주당’ 대결 구도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보고 있다. 이 위원장이 광주 제일고를 나온 민주당 호남 대표 주자, 대구 경북고를 나온 김 전 의원은 민주당 영남 대표로 주자로 분류된다.

나아가 유력 당권 주자들이 김 전 의원이 말한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들 간의 합종연횡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김 전 의원 측은 “두 사람 모두 인연이 있는 만큼 당의 방향성에 공감대가 모아지면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 의원들은 영남권 회생을 위해 김 전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 내 진보·개혁 성향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회의에서 “지나치게 전당대회가 과열돼 대권 논쟁으로 가면 코로나19 위기와 이후 대처 논의가 묻힐까 우려된다”며 이 위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던 것은 한 단면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전 의원의 승부수가 ‘신의 한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원의 최종 목표가 대선이라면 현재 대선 주자 1위인 이 위원장을 꺾어야 한다. 더욱이 이 위원장이 당대표 선거에 불출마하면 당권을 쉽게 거머질 수 있고, 이 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 입장을 고수하더라도 김 전 의원으로서는 손해 볼 게 없다. ‘반(反) 이낙연’ 세력을 결집, 이 위원장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선에서 맞붙어 떨어진다고 해도 대선 경선 출마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형남기자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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