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대부분 의원
상임위 배정도 안된 상황
지역구에서 ‘정중동’ 활동
의원 보좌진·지역 공무원들
국정감사·내년 예산 확보 등
계획조차 세울 수 없어 난감

“일을 하고 싶습니다. 험난한 공천과 선거를 거쳐 국회의원 신분을 얻었지만, 2차례의 본회의 외에는 일을 하지 못한 것 같아 국민들의 눈치도 보는 것 같습니다. 왠지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입니다.”

지난 4·15 총선을 통해 처음으로 금배지를 거머쥔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11일 자신의 심경을 이 같이 말했다.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상임위원회 구성은 물론 명단조차 확정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의원들이 정상적으로 ‘일’을 한 것은 지난 5일과 10일 2차례의 본회의에서 1시간 남짓이었다. 지난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 이후 사실상의 ‘한시적 백수’ 상태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일정은 ‘금귀화래(金歸火來)’로 통칭된다. ‘금귀화래’는 금요일에 지역으로 내려가 화요일 국회로 돌아온다는 말이다. 통상적으로 국회의 일정이 화요일부터 시작해 금요일 오전에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지역구 국회의원은 주말과 월요일을 이용해 지역구 표밭 다지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새롭게 시작한 21대 국회가 사실상 문을 걸어 잠그면서 ‘금귀화래’를 해야 하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대부분의 일정을 지역에서 보내고 있다. 지역의 한 의원은 “선거 이후 여의도로 가기 전까지 약 한 달 동안 지역의 많은 분들을 만나며 인사를 드렸다”면서 “임기 시작 이후 국회 일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지역구 일정을 잡지 않았는데, 지금은 조금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느 날은 점심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지역구 사무실에 있었다”면서 “일을 하라고 뽑아준 국회의원인데, 평일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 죄송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국회의 정상적인 개원과 상임위원회 활동이 막히면서 갈 곳(?)을 잃은 것은 국회의원만이 아니다. 내년도 예산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수조원에 이르는 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상임위원회별로 업무를 분담하고 자료를 분산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면서 “하지만 상임위원회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국회의원들과 구체적은 예산 확보 전략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국회의원 보좌진들도 한숨을 쉬기는 마찬가지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예산 문제와 9월 또는 10월에 열리는 국정감사, 법률안 제정 등 산더미 같은 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상임위원회가 정해지지 않아 먼저 일을 시작하기가 꺼려지는 상황이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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