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봉 옥

이제부터 나를 자유라 부르기로 했다

뉘 집 딸이라는 말

누구의 엄마라는 말

누구의 아내라는 말

목숨보다 질긴 그런 말들 다 버리고

이제부터 나를 나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동안 난 여자라는 섬뜩한 운명에 갇혀

수족관 물고기처럼 살아왔다

내 할머니는 물 밖 세상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다가 죽었다

(….)

난 오늘부터 수면을 박차고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는 물고기가 되기로 했다

모천(母川)으로 회귀하는 연어가 죽음을 각오하듯

모천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를 던져

번개처럼, 천둥처럼 세상을 한번

흔들어보기로 했다

너는 너

나는 나

자유라는 인간 본연의 존재 가치를 회복하고 옹호하는 시인의 선언적 목소리를 듣는다. 자유에 대한 존재론적 열망이 시 전체에 깔려 있는 이 시는 자신을 가두고 묶어두는 가족이나 사회적, 개인주의적 저항을 벗어나 무궁무진한 생명의 자유, 근원적인 생명력을 회복하고 찾겠다는 시인의 의지에 찬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