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남자아이가 여행용 가방에 갇혔다가 숨진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머리가 찢어지고 손가락 지짐을 당한 여자아이가 발견됐다. 충남 천안에서 여행용 가방에 갇혔던 9살 소년은 지난 3일 결국 숨졌다. 이어서 경남 창녕에서도 9살 소녀가 머리가 찢어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국가사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꼭꼭 숨겨진 학대 아이를 찾아내기 위한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끔찍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2013년 울주, 2015년 부천, 2016년 평택, 2019년 인천 등 거의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로 발견된 9세 여아는 부모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부가 밖으로 나가려면 지문 없애고 나가라며 프라이팬으로 손가락까지 지졌다니 학대가 아니라 악독한 고문이 가해진 셈이다.

의붓어머니가 아이를 7시간 넘도록 가방을 옮겨가며 가둬 끝내 숨진 천안 사건의 경우 한 달 전에도 학대 신고가 접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조사의뢰를 받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가 의심되는데도 원 가정 복귀를 결정했고 그 이후 방치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최근의 사건들은 학대받는 아이들에 대한 국가사회의 감시도 사후조치도 엉터리라는 점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관련 기관들이 학대 아동을 손쉽게 집으로 돌려보내는 ‘원가정 보호 조치’ 중심의 ‘아동학대 처리 시스템’ 전반의 부실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각서 한 장만 쓰면 학대 위험이 여전한 가정으로 다시 보내는 것으로 결정하는 관행이 상습 학대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 개선만으로 ‘아동학대’를 온전히 막아낼 수는 없다. 좋은 부모가 되는 법을 아무것도 모른 채 아이를 낳고 아무렇게나 기르는 풍토를 원천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체계적인 ‘부모교육’을 도입할 필요성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상습학대로 목숨이 위태로운 아이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깊숙이 숨겨져 있다. 위험에 처한 아이를 찾아내는 범국민적 캠페인이라도 주기적으로 벌여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