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김여정은 공식적으로는 북한노동당의 선전선동담당 부부장이며 정치국 후보위원이다. 그는 평창올림픽 때 사절단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나 하노이 회담 시에도 오빠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였다. 김정은의 형 김정철은 정치보다 음악에 관심이 많고, 이복형 김정남은 이미 독살되었고 고모부 장성택은 무참히 숙청되었다. 고모 김경희는 투병중이고, 폴란드 대사였던 이복 삼촌 김평일도 귀국했으나 실권이 없다. 결국 김여정은 현재 백두 혈통 중 최고 권력 실세이다.

북한 실질적 권력 2인자 김여정의 이번 대남 압박 발언은 그 강도가 높다. 그는 휴전선 일대에서 남측이 대북 전단 살포를 계속할 경우 개성 공단과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폐쇄하고 9·19 남북 군사 합의서까지 폐기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남쪽의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하였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공들인 남북 관계가 다시 냉각상태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치적인 4·27 판문점 선언과 세 차례의 정상회담도 모두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번 김여정 발언의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김여정의 발언은 김정은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남한의 자유북한 연합 박상학 대표가 보내는 전단의 핵심은 김정은에 대한 폭로에 있다. 탈북자 출신인 그는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 대북 삐라를 살포하고 있다. 이번 전단에도 김정은을 ‘새로운 핵무기로 충격적인 행위를 하는 배신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발언 배경은 수령 모독은 언제나 응징한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을 뿐 아니라 통미봉남(通美封南)정책이 좌절된 시점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자는 의도도 내포되어 있다.

김여정의 이러한 발언에 대한 여야의 대응은 판이하다. 정부와 여당은 북한의 발언을 이해하고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여당 김홍일 의원은 국회에서 ‘전단 살포 금지법’을 제정하겠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그러한 법의 제정은 ‘김여정의 하명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저자세가 초래한 결과로 보고 있다. 사실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유엔 대북 인권 결의안의 공동 발의국에도 빠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북한연합은 6·25 70주년인 6월 25일 전단 100만장을 다시 북으로 보내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정부는 북한의 강경 발언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 대화부터 제의해야 할 것이다. 북의 공세적 발언은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대화제의라는 의도도 깔려 있기 때문이다. 북한 역시 코로나19 사태와 심각한 경제적 위기가 중첩되어 있다. 그들의 대중 무역과 교류 협력은 현격히 위축되고 식량도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북한은 내부적 위기 앞에 종종 대남 강경노선을 천명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즉각적 반응보다 대북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우선 판문점 연락사무소부터 재가동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