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 열

양지공원에도 못 가보고 집이서 귀양풀이 헌 덴 허옇게 그딘 가봐사 헐 거 아닌가? 기여게 맞다게 얼굴 보민 속만 상허고 고를 말도 없고 ….

심방 어른이 가시어멍 거느리걸랑 잊어 불지 말았당 인정으로 오천 원만 걸어 도라 미우나 고우나 단사운디 저싱길 노잣돈이라도 보태 사주 경허고 영개 울리걸랑 촘젠 말앙 막 울어불렌 허라 속 시원이 울렌허라 쉐 울 듯 울어사 시원해진다 민호어멍 정신 섞어정 제대로 울지도 못 해실거여 막 울렌허라 울어부러사 애산 가슴 풀린다 울어부러사 사라진다 사는 게 우는 거난 그자 막 울렌허라 알아시냐?

제주도 방언이 많이 사용되어서 이해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이 많은 시다. 제주도에는 소위 ‘귀양풀이’라는 무속의 한 의례가 있다. 어머니는 전화로 민호네 장례에 귀양풀이를 부탁하고 있다. 아들이 그 무속 의례에 참여하여 민호 어머니로 하여금 실컷 울어서 망자에 대한 슬픔을 다 토해내라고 부탁하는데 그것은 그 이후 망자의 영혼은 편히 저승으로 떠나고, 남은 자들은 삶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질긴 고리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