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문중 대표 등 30여 명 참석
경기무형문화재 제8호 이수자
살풀이 기원무도 펼쳐져

9일 상주 존애원에서 열린 코로나19 종식 기원제에서 경기무형문화재 살풀이춤 이수자인 홍옥연씨가 살풀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상주시 제공
‘존심애물(存心愛物)’의 정신이 깃든 상주 ‘존애원’에서 코로나19 종식 기원제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9일 상주지역 선비가문의 후손들은 420여년 전 질병에 시달리던 백성들을 위해 설립됐던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의료국인 청리면 존애원에서 코로나19의 조기 종식을 바라는 기원제를 올렸다.

이날 기원제는 조상들이 사설 의료시설을 만들어 향민을 치료한 숭고한 뜻을 되살려 코로나19 종식을 염원하고자 열렸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각 문중 대표 등 3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기원제가 진행됐으며, 모두 발열검사와 손 소독을 하는 등 철저한 방역 속에 제를 올렸다.

기원제는 집사들의 임무를 정하는 집사 분정, 이들의 임무를 소리 내 읽는 집례 창방, 제례의 순서를 적은 홀기를 읽는 창홀 등 전통 방식으로 행해졌다.

살풀이 공연도 펼쳐졌다. 경기무형문화재 제8호 살품이춤 이수자인 홍옥연씨가 코로나19 살풀이 기원무로 이 질병의 퇴치를 염원했다.

손석락 존애원 원장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며 “코로나19가 세상을 마비시키는 것을 보면서 당시 환란을 구제한 존심애물의 정신으로 사람 사이가 가까워지고 세상이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원제를 올리게 됐다”고 전했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상주는 경상도의 뿌리로서 역사적 깊이가 있는 도시”라며 “존애원의 의미를 현대에 접목하는 등 지역의 훌륭한 정신문화를 널리 알리는 일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한편, 존애원은 임진왜란(1592∼98) 직후인 1599년 상산 김씨 등 상주지역 13개 문중이 계를 만들고 성금을 모아 창설했다. 이어 1602년 조선시대 최초의 사설 의료시설인 존애원(경북도기념물 제89호)이 한옥으로 건립됐다. 송나라 학자인 정자의 ‘존심애물’ 정신을 실천하자는 의미에서 존애원으로 이름 지었고,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던 백성들을 구휼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산실이다.

상주/곽인규기자 ikkwack@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