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동덕여대 교수
이재현
동덕여대 교수

6월로 접어들면서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가 발령되기 시작했다. 폭염주의보의 기준은 섭씨 33도, 폭염경보의 기준은 섭씨 35도이라는데 6월 9일에는 올해 들어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북 경산에 첫 폭염경보가 발령되었다. 올 여름은 예년에 비해 훨씬 더울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까지 있다.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는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새로운 시대풍속도이다. 그렇지만 이 더위에 마스크라니. 그냥도 더운데 얼굴의 절반 가까이를 가리고 활동하려니 만만치 않은 일이다. 가볍고 통기성이 높은 치과용 마스크 수요가 높아지자, 정부는 지난 1일 비말차단용 마스크(KF-AD)를 새로 의약외품으로 지정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판매하도록 했다. 기존 KF 공적마스크보다는 얇아 숨 쉬기가 편하고, 치과용 마스크보다 비말 입자 차단 성능이 높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기존 공적마스크의 3분의 1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가정경제에도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기까지 한다. 국민의 안전과 숨쉬기의 편의성, 가정경제까지 신경을 써 주는 정부의 빠른 대처에 박수를 보낸다.

“I can’t breathe!” 국민들의 숨쉬기 불편함을 배려하는 나라가 있는 한편, 공권력이 국민의 숨을 틀어막은 나라도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에서 20달러 위조지폐 사용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비무장 비저항 상태의 플로이드라는 흑인이 8분 46초 동안 목이 눌린 상태로 있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포유동물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는 숨 쉬기를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바다에서 사는 포유동물인 고래도 예외는 아니어서 가끔씩은 물 위로 올라와 숨을 쉬어야 한다. 포유동물 가운데 사람은 유독 숨을 오래 참기 힘들다. 기네스 세계 기록에 따르면 현재 사람의 숨 참기 최고 기록은 23분 1초이지만 이는 특정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말 그대로 세계 기록일 뿐, 보통 사람은 1분 안팎 숨을 참고 버티기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해녀들의 잠수 시간도 기껏해야 2~3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온몸을 꼼짝 못하고 숨길이 막힌 채로 고통을 받은 시간 8분 46초!

용광로 국가 또는 샐러드그릇 국가라고 불리는 미국에서 인종 간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권력은 갈등을 해소하고 줄이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미국의 경찰은 갈등을 증폭시켰고, 한 시민의 숨길을 틀어막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시민들을 보호하고 사회에서 마음껏 숨쉬며 살아갈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해야 할 경찰이 인간 생존의 가장 기본적 활동인 숨쉬기를 강제로 멎게 한 것이다.

1987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으로 숨을 쉬지 못하고 끝내 죽음을 맞이했던 서울대생 박종철이 민주화의 기폭제가 됐던 사실을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한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죽음에 빚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땅에서 숨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이래저래 감사한 요즘이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 편히 숨을 쉬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대한민국 곳곳에 있음 또한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