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내과 전문의, 경북지역 통틀어 포항성모병원 1명뿐
전문병원 지정 김천·안동·포항의료원도 감염내과 없는 실정
전국 275명·대구 17명… 포스트 코로나 대비 ‘醫兵’ 확보 시급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에 나선 경북지역 의료기관들이 감염내과 전문의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언제 다시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지역사회 감염 예방에 앞장설 의병(醫兵)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에서 불시에 발생하는 감염병의 효율적인 대처를 위해 감염병 전문의 및 간호사 양성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

8일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 지역에서 활동 중인 감염내과 전문의는 총 18명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대구에 집중돼 있어 경북지역 현실은 더 열악하다. 경북지역 병원 통틀어 포항성모병원에 감염내과 전문의 1명뿐이다. 감염병 전문의 1명이 경북인구 265만명의 감염관리를 도맡아 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도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맡았던 김천, 안동, 포항의료원에는 감염내과가 없다. 불시에 신종 감염병이 터질 수 있는 위험사회를 버텨내기엔 빈약한 버팀목이다.

경북도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경북도립의료원을 중심으로 감염내과 개설을 추진 중이지만 전국 대도시 상급종합병원과 경쟁하면서 전문의를 데려오기가 쉽지 않다”며 “의사가 없으니 지역 내 감염관리 의료여건을 개선하는 데 장애가 많다. 감염병 전문병원 공모사업 신청도 무산됐고, 음압병실 신규 확충을 원했던 안동의료원은 결국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까지 감염병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지만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여전히 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는다.

8일 대한감염학회에 따르면 국내에 감염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자는 275명이다. 의료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의료인은 250명 정도로 학회에 등록된 인원보다 적은 데다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다. 지방근무를 꺼리는 의사들이 많아 정작 경북지역 의료기관들은 감염내과 개설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감염병 대응 인프라 강화에 나선 포항세명기독병원도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감염내과 진료개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포항성모병원 감염내과 강재명(포항시감염병대응본부장) 과장은 “대도시 대형병원에 공석을 두고 지방에서 근무하겠단 전문의를 찾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교통 발달로 이동시간이 크게 줄었지만 인근 대구만 하더라도 전문의 확보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으면 채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감염내과는 의료계에서 인력은 부족하고 할 일은 많은 ‘기피 진료과’로 통한다. 매년 자격시험을 거쳐 추가로 배출되는 전문의는 평균 10여명에 불과하다. 대학병원이 아닌 일반 의료기관은 감염내과 전문의를 채용할 여력도 뒷받침되지 않는다. 감염관리 지원비에 전문의 인건비가 포함되지 않아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울 만한 동력이 없어서다. 감염내과 전문의 대다수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것도 이런 탓이다.

병원 내 감염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은 한 병원에 감염내과 교수진으로만 수십 명을 배치한다. 일손이 부족할 땐 간호사를 활용한다.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감염내과 이미숙 교수가 쓴 ‘미국 병원의 감염관리 시스템’ 논문에 따르면, 미국 몇몇 병원들은 감염관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호사 연락(nurse liaison)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감염관리 기본교육 등을 이수한 주임간호사가 의료현장에서 감염병 예방 및 관리, 질병 치료와 관련해 간호단위의 핵심 활동을 수행하는 식이다. 간호역량을 활용해 전문 인력 수를 늘려 제한적이나마 감염관리에 협조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이나 절차도 마련돼 있다.

포항시 보건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지역사회 보건 증진과 감염관리를 담당할 전문간호사 인력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 보건복지부가 감염병전문병원 지정 및 감염관리 전문의와 간호사 육성 방안 등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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