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처벌 특레법 제정 이후 도내서 9년 간 1천여 건 발생
피서지 화장실·탈의실·모텔 초소형 몰카 등 수법 교묘해져
‘n번방 사건’ 이후 경각심 증폭… 이달말부터 일제 점검 나서

올 여름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여 피서지마다 몰래카메라 단속에 초비상이 걸렸다.

올해 들어 소방관, 역무원, 학원 강사에 이어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여자화장실과 탈의실 등에 몰래카메라(몰카)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충격을 준데 이어 텔레그램을 통해 어린 여학생들의 영혼을 파괴한 N번방 사건으로 불법촬영동영상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통계청과 경찰청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이 제정된 2010년 4월 이후인 2010∼2018년 9년간 불법 촬영 범죄는 4만1천317건이 발생했다.

2010년 1천31건에서 2018년 5천613건으로 9년 사이 4천582건이나 급증했다. 이 기간 경북에서는 1천52건 발생했으며, 2010년 27건(검거율 100%), 2011년 33건(87.9%), 2012년 38건(76.3%), 2013년 205건(102.4%), 2014년 242건(100.4%), 2015년 87건(106.9%), 2016년 93건(97.8%), 2017년 156건(98.1%), 2018년 171건(101.2%)으로 파악됐다. 2019년에는 158건 발생했으며, 153건 검거됐다. 몰카 촬영 범죄는 6~7월에 집중됐다.

이처럼 몰카 범죄 증가 속 기술이 첨단화되면서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인터넷에는 초소형 몰카부터 화재감지기형 몰카, 손목시계형 몰카, 신발끈형 몰카, 볼펜형 몰카, 안경형 몰카, 자동차 열쇠형 몰카 등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초소형 카메라의 경우, 그 크기가 작기 때문에 여성용 탈의실이나 화장실에 숨겨져 있을 경우, 이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여성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찍힐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한번 유포되면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확산된다는 점에서 공포를 느끼고 있다.

안동에서 직장을 다니는 A씨(26·여)는 “피서지 공중화장실에 가면 쓰레기통이나 선반 등을 샅샅이 훑는다”며 “화장실이나 탈의실을 이용할 때마다 몰래카메라를 점검해야 하는 현실에 화가 난다”고 했다.

포항의 전문직에 종사하는 B씨(43)는 “목욕탕, 기숙사, 식당, 모텔에 이어 안방까지 몰카 점검을 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며 “몰카에 대한 처벌수위를 더 높이고, 몰카범인과 배후까지 밝혀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면 몰카 범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몰카에 대한 도민들의 불안이 가중되자 경찰과 경북도, 경북도교육청, 시·군은 본격적인 피서철을 앞둔 이달 말부터 공중화장실 내 몰카 등 불법촬영장비에 대해 일제 점검에 나선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달 말부터 포항 남·북부경찰서와 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 회원들과 몰래카메라 합동점검을 실시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해수욕장 등 주요 관광지, 터미널, 대형마트, 공원, 대학교 등 이용객이 많은 65개 화장실에 대해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경북도교육청은 이달 말부터 시·군 교육지원청과 함께 전파탐지기와 렌즈 탐지기를 이용해 학교 여자화장실에 대한 몰카 등 불법촬영장비에 대해 점검을 벌일 계획이다.

또 학교별로 몰카 탐지기를 대여해줘 자체 점검을 실시토록 할 예정이다.

경찰은 “자신이 성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문도인 변호사는 “‘몰카범죄’라 불리는 카메라이용촬영죄는 n번방사건 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형량이 강화됐고, 대법원에서는 8월경 몰카범죄에 대해 양형기준을 신설, 처벌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순한 호기심과 몸의 접촉이 없는 행위에 대한 죄의식 결여로 가볍게 생각한 나머지 불법 촬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번 실수로 감당하기 어려운 형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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