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향후 4년 이내에는 고령화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 예상되고 있어 앞으로 포항시는 고령자 친화적인 도시의 이미지메이킹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포항지역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신중년사관학교 운동회 모습. /포항시 제공
포항시가 향후 4년 이내에는 고령화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 예상되고 있어 앞으로 포항시는 고령자 친화적인 도시의 이미지메이킹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포항지역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신중년사관학교 운동회 모습. /포항시 제공

포항시 총인구가 조금씩 줄어드는 가운데 75세 이상 인구는 5년 전인 2015년 5월 2만4천458명에서 2020년 5월 3만2천740명으로 8천282명이 늘어났다. 우연히도 5년간 늘어난 숫자(8282)처럼 고령자가 빨리빨리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령자고용법(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55세 이상을 고령자로 보고 있다. 포항시 주민등록인구는 2020년 5월 말 현재 50만4천829명을 기록하고 있다. 사실 인구감소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나이별 인구구성에서 유소년과 청장년층이 빠르게 줄어드는 게 더 큰 문제다. 초중고를 거쳐 대학까지 학업에 묶여 있을 24세 이하 인구는 지난 5년간(2015년 5월 ~ 2020년 5월) 2만1천704명이 줄었고, 지역에서 노동력 제공과 소비력을 책임지는 이른바 현역인 25세부터 59세까지는 무려 2만3천775명이 줄었다. 지역경제의 핵심인 철강산업의 부진 때문이다. 그나마 포항에서 청춘을 보냈던 정년퇴임자들이 은퇴 이후에도 남아 자연스럽게 60세 이상 인구가 늘어나면서 심각한 인구감소 현상을 완화해주고 있어 다행인 셈이다. 60세 이상 인구는 5년 전인 2015년 5월보다 3만2천122명이 늘어났다. 이로 인해 60세 미만 인구가 거의 5만 명가량 감소하였는데도 포항의 겉모습은 2015년 5월 51만 8천186명에서 2020년 5월 50만4천829명으로 1만3천여 명만 줄어든 일종의 착시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 5년 사이 포항시 인구사회구조가 큰 전환점을 맞이하였다는 점이다. 유엔(UN)에서는 1956년 보고서에서 65세 이상을 고령자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인구사회구조를 분류한 바 있다. 유엔은 총인구에서 고령 인구(65세 이상)가 차지하는 고령화율이 7% 이상 14% 미만이면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14% 이상 20% 미만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 그리고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 또는 후기고령사회(Post-Aged Society)로 정의하였다. 포항시 고령화율은 2012년 10.7%에서 2016년 13.2%로 늘었지만 아직은 ‘고령화 사회’에 속했었다. 그러나 포항시는 2017년 말 고령화율이 14.2%를 기록함으로써 ‘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 정확하게는 2017년 8월 13.9%에서 9월 14.0%를 기록하였으므로 2017년 9월이 포항시가 ‘고령사회’로 진입한 기점이 된다. 그리고 2020년 5월 현재 포항시 고령화율은 16.8%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빠른 속도를 고려하면 앞으로 불과 4년 정도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사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14%를 넘어 ‘고령사회’가 되었다고 해서 큰 변화를 느끼기는 힘들다. 그저 수치상 총인구의 14%라면 포항시민 100명 가운데 14명이 65세 이상이니까, 만나는 사람 열 가운데 한두 명 정도는 고령자겠거니 추측할 뿐이다. 하지만 도시의 활발한 경제 활동 그중에서도 특히 소비 활동을 결정하는 것은 총인구가 아니다. 대낮의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 시내 가게들이 통상적인 영업시간(오전 9시부터 저녁 6시)의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유동인구다. 그렇다면 포항 도심지 유동인구는 과연 어느 정도가 될지 생각해보자. 외부 방문객은 전혀 없다는 가정이다. 포항시 총인구를 50만 명이라 보면 그중 24세 이하 인구는 주말이나 특별한 공휴일이 아닌 한 유동인구에 넣을 수는 없다. 모두 학생으로서 학교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25세부터 59세까지의 현역인구들도 직장에서 생활할 것이기에 대낮의 도심 상권과는 무관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포항시 총인구가 50만 명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그중 20만 명 정도는 도심 경제권을 이루는 동(洞)지역이 아닌 외곽의 읍면지역에 있다. 때문에, 포항 시내 상권과 관련된 순인구는 30만 명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에서 유동인구를 산출해보자. 일단 2020년 5월 현재 23.4%에 이르는 24세 이하 인구와 현역(25세 이상 59세 이하) 인구(51.1%)는 제거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현역 비율에서 모두 맞벌이는 아닐 것이므로 부부중 한 사람만 직장생활을 한다고 보면 이 현역인구의 절반 정도는 유동인구에 넣어야 한다. 반면 언제든지 외출이 가능한 65세 이상 고령자는 16.8%이므로 시내 기준 30만 명에 이 비율을 대입하면 약 5만 명이다. 결국, 포항 도심지를 대낮에 활보할 수 있는 유동인구의 최대치는 30만 명에서 각 비율을 적용한 24세 이하 7만 명, 현역에 해당하는 25세 이상 59세 이하 약 7만 명을 뺀 16만 명 정도인 셈이다. 여기에 고령자 5만 명이 포함되었다고 본다면 시내에서 활동하는 유동인구 가운데 고령자 비율은 16.8%가 아닌 31.3% 정도가 현실에 가까운 시내의 고령자 비율이 되는 셈이다. 시내 유동인구 100명 중 14명이 아니라 31명 정도가 고령자라는 뜻이며, 포항 인구 절반이 여성이고, 핵심 업종이 철강산업인 점을 고려하면 시내 곳곳에서 주도적인 경제 활동을 하는 유동인구 가운데 대부분이 여성이고, 또 열에 셋은 65세 이상의 어르신일 확률이 높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낮 시내 커피숍 고객 대부분이 주부들인 것도, 죽도시장과 같은 전통시장이 점차 어려워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달서비스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체력이 예년 같지 않은 여성 고령자가 과연 과거처럼 시장에서 장을 보고 귀가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필자도 사실 국내법상으로는 고령자에 해당하나 포항 시내 어느 장소, 어느 행사에 참여하더라도 조용히 지낼 수밖에 없다. 함부로 목소리를 높였다가는 즉각 ‘어린 녀석이 버릇도 없이’라는 이야기 듣기 십상이다.

앞으로 포항은 도시의 이미지메이킹을 미세 조정해 나가야만 한다. 당연히 늦었다. 도시 곳곳에는 아직도 과거 고도성장기 열혈남아의 관습이 남아있다. 특히 도로교통 분야가 그렇다. 대체로 도로교통 시설들은 자동차 운전자 관점에서 설계되곤 한다. 최근에는 고령자 운전 부주의가 문제시되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반사 속도나 판단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발자국 더 나아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고령의 운전자가 확실하게 신호를 발견할 수 있는 적정 위치에 충분한 숫자의 신호가 배치되었는지도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 지금도 각종 표지안내판을 보며 운전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노화되는 시력이라도 표지판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글자 크기 자체를 키우는 것은 어떨까.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체계도 재검토해볼 필요는 있다. 필자조차 어떤 때는 파란 디지털 숫자가 줄어들며 깜박일 때마다 심리적 압박감이 커져 빠른 걸음으로 건너지만 미처 다 건너기도 전에 영(0)이 될 때도 있다. 분명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건널 때 적지 않은 심력을 소모할 것이다. 이러한 신호시스템도 점차 ‘고령사회 포항’에 걸맞게 바꿔나갔으면 한다. 이밖에도 과속, 난폭, 보복, 불법 유턴 등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를 불안하게 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자동차문화도 바뀔 때가 되었다.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가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두둑한 지갑을 가진 다른 지역에 있는 은퇴고령자들이 포항 시내를 편하게 걷고 운전하는 데 불안함을 느낀다면 점차 그들이 선택하는 여행지에 ‘포항’은 빠질 수밖에 없다. 포항시 나이도 벌써 71세다. 나이만큼 여유와 느긋함을 느낄 수 있는 고령자 친화 도시라는 소문이 났으면 한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