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 권력자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장관급)의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협박 한 마디에 정부·여당이 벌벌 떠는 행태를 보이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김여정은 담화문을 통해 우리 탈북민들이 접경지역에서 날려 보내는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을렀다. 북한의 도를 넘는 행태에 비판 한마디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정부·여당의 모습은 옳지 않다.

김여정은 담화를 통해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담화는 “나는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고 직격했다. 특히 탈북민에 대해서는 ‘들짐승보다 못한 인간 추물’, ‘똥개’, ‘사람값에도 못 드는 쓰레기’ 등 거친 표현으로 비난을 쏟아냈다.

통일부는 “대북전단은 남북방역협력을 비롯해 접경지역의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방안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여 입법을 통한 금지조치를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여권 인사들의 ‘대북 전단’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홍걸 민주당 의원이 김여정 성명 하루 만에 대북 전단 살포를 제한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북한과 어떻게 해서든지 교류의 길을 트려는 정부의 정책에 걸림돌이 되는 ‘대북 전단’ 살포는 턱밑 종기처럼 성가실 것이므로 차단할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협박을 일삼는 북한에 대해서 한마디 항의조차도 못 하는 건 정말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다. ‘접경지역의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논리인데, 도대체 평화적인 이벤트에 총질과 대포 발사를 일삼는 북한의 만행을 당연시하는 발언이라서 듣기 거북스럽기 짝이 없다. “우리 체제상 막을 수가 없으니 정말 싫으면 너희도 똑같이 전단지 날려라”라고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도대체 언제까지 정부·여당의 대북 저자세로 앉아서 부글부글 속끓이면서 구경만 해야 하는 건지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