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석 남

꽃 핀 배나무 아래

나이 어린 돌들과 앉아

‘너는 희구나’

‘너는 희구나’

앉아

그렇게 희고

또 희고도

정신 놓지 않고

허튼 흰빛 하나 없이

다섯 살에 깨친 글자들처럼

발등에도, 발톱 위에도 놓아보는

흰 꽃

아득한 거리에 피어 있는 흰 꽃, 시인이 바라보고 있는 배나무 흰 꽃은 나무 아래 올망졸망한 어린 흰 돌들과 어울려 피어 있다. 서로의 존재 방식은 다르지만 서로 ‘너는 희구나’ 하며 격려하고 함께하는 고운 마음을 각박하고 변화와 변절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변색이 심한 세상을 향해 펴보이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