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잇따른 법원 판결 뒤집기 시도와 검찰 때리기가 사법 불신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1년 사이에 항고·재항고 사건이 크게 늘고 있다. 또 국내 상당수 대기업 본사 앞이 ‘떼법 시위대’에 점거당해 몸살을 앓고 있는 등 이 나라 ‘법치’가 혹독한 시련기에 돌입한 느낌이다. 정치권이 판결이 다 끝난 사건들을 ‘농단’이라는 이름으로 거듭 끄집어내는 일은 자제돼야 한다. 자중자애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방검찰청에 접수된 항고사건은 3만2천382건으로 전년(2만7천931명)대비 16%가량 늘었다. 올해의 경우 지난 4월까지 1만1천424건의 항고장이 접수됐다. 재항고도 마찬가지다. 2018년 1천284건이던 재항고 사건은 지난해 1천771건으로 487건(37.9%)이 늘었다. 올해도 지난 4월까지만 785건이 접수됐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 법조계는 정치권에서 조장되는 ‘검찰에 대한 불신’을 지적하고 있다.

떼법 시위 만연도 문제다. 삼성의 서울 서초사옥만 해도 퇴직자 복직, 보험금 추가 지급, 철거민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는 6~7곳의 시위대에 포위돼 있다. 법과 상식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이른바 떼법 관행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기업 앞 시위대를 경찰이 강제 해산시킨 사례는 거의 없다.

최근 여당이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유죄 판결 뒤집기에 나섰다. 여당 원내대표 등이 총대를 메고 재조사 주장을 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법무부 장관까지 가세했다. 법원과 검찰은 정면 반박하고 나섰고, 법조계에서도 대법원이 사실상 전원 일치 유죄 판단을 내린 사안을 문제 삼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법 판단을 무작정 불신하면서, 머리띠 동여매고 플래카드 들고 나서면 개인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우리 사회를 두고 건강한 법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정치권의 도를 넘은 ‘검찰 때리기’, ‘판결 뒤집기’ 움직임은 절제돼야 한다. 치열한 정쟁이 무구한 민심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