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13년 전 이적 관련 섭섭” 괘씸죄
구단 “팬들 마음은 충분히 이해
구단·선수 관계 전혀 문제 없어
오범석도 잘 적응 활약 기대를”

‘팬들의 이런 반응을 예측 못했다고는 안하시겠죠? 다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실테니 비난과 책임은 이제 여러분들 몫입니다.’

포항스틸러스가 오범석의 영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난 12일 스틸러스 공식 SNS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사과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 돈으로 정재용이나 데려오자’, ‘포항은 (뒤)통수쳐도 나중에 다 받아준다’, ‘다음은 박주영, 황희찬인가’ 등의 댓글도 달렸다. 이 외에도 이번 영입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오범석은 포항 유스 출신이다. 포철공고를 졸업한 뒤 지난 2003년 포항스틸러스에서 프로로 데뷔했다. 포항에서 선수로 뛰면서 그는 제15회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국가대표, AFC 아시안컵 국가대표로도 차출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포항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포항맨’이었다.

지난 2008년 포항팬들은 오범석에게 등을 돌렸다. 그해 1월 오범석은 러시아의 FC 크릴리아 소베토프 사마라로 이적했다. 당시 포항스틸러스는 오범석을 성남에 보내려고 했었고, 오범석은 해외 진출을 원했다. 구단과 선수간에 늘상 있는 당연한 입장차이였다.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오범석이 러시아로 떠나는 걸로 상황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세간에는 오범석이 ‘FIFA에 제소하려고까지 하면서 포항을 떠나려고 한 선수’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소문은 부풀려져 훈련도 불성실하게 했고, 구단과 평소부터 마찰이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팬들 사이에서 돌았다. 확인되지 않는 소문들이 점점 더해지면서 팬들에게 오범석은 ‘배신자’에 ‘대역죄인’이 됐다. 쉽게 말해 ‘괘씸죄’에 걸린 셈이다. 13년 만에 포항으로 돌아온 오범석에 유독 팬들의 비난이 거센 이유다.

구단은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포항스틸러스 관계자는 “이적과 관련해서는 언제나 선수나 구단간에 흔히 갈등이 있는 일이고, 당시 구단과 선수 모두 만족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됐다”면서 “팬들의 마음은 구단에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구단과 선수의 관계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오범석도 이미 다른 선수들과 잘 어울려서 훈련하고 있다. 앞으로의 활약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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